[기고]"속도보다는 생명"
최근 여야 국회의원 20여명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중 제한속도 상향을 골자로 하는 조항이 있다. 우리나라 도로의 설계 및 교통환경은 도외시한 채 자동차 성능향상 등에만 초점을 맞춰 속도기준을 현행보다 10km씩 일괄적으로 상향하자는 취지이다.
만약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그대로 수정없이 통과되면 일반도로의 경우 현행 60Km/h에서 70Km/h 이내로 조정이 될 것이며 자동차전용도로는 100Km/h이내, 고속도로의 최고속도는 120Km/h까지 상향조정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개정안이 운전자의 안전에 대한 아무런 고려없이 단순하게 속도제한을 풀어 운전자가 빨리 달리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시민단체, 정부 교통안전관계자 및 교통을 연구하는 교통전문가 등은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사실 도로여건만 충분하다면 발전하는 자동차 주행성능에 비춰 현재의 제한속도보다 빨리 달리기를 운전자들은 원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해동안 과속으로 인한 범칙금이 무려 6000억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원안 통과로 제한속도가 상향조정된다면 일부 과속 운전자들은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 있다. 속도제한을 상향조정하게 된다면 교통사고 발생이 더 한층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선진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증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Koleden박사의 연구논문을 보면 제한속도를 5km/h 올리면 충돌위험수준은 두배이상 증가하며 그 효과는 음주수치 0.05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물며 5km의 속도상향이 이러할진대 10km/h 이상의 속도상향을 추진하는 것은 그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은 도로의 흐름 즉, 물류흐름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 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교통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환경은 2003년 한해동안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으로 총 15조5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상자의 의료비나 차량교체비 등 물리적 비용으로 9조5000억원, 정신적 피해비용도 6조원이나 되며 이는 국내총생산 GDP의 2.15%에 달하는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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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의 경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매년 40여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저조한 국민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한 몫을 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아직도 현저히 부족한 교통안전시설이 더 큰 원인이라고 본다.
제한속도 상향은 정부, 시민단체, 보험업계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그간 벌여온 범국민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법개정임이 자명하다.
국민 모두가 현재 지향해야 할 방향은 최고속도 상향이 아니라 교통안전이다. 도로설계시부터 교통안전을 우선 반영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낙후된 곡선도로를 직선화해야 한다. 또 교통사고 잦은 지점을 개선하고 국민의 교통안전의식을 높이는 등 속도상향을 위한 충분한 교통안전시설 및 국민의식향상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속담에 비추어 보지 않더라도 교통에서 최우선은 속도보다는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