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매듭을 묶은 자, 직접 풀어라"
결자해지(結者解之) 기시자(其始者) 당임기종(當任其終)
1647년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이 병석에서 15일만에 지었다는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구절이다. "매듭을 묶은 자가 그것을 풀어야 하고, 그것을 시작한 자가 마땅히 끝을 내야 한다"는 내용.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불러온 조정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국내 수급이라는 변수가 반등을 이끌고는 있지만, 정작 매듭을 묶은 경기라는 자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4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신규주문 지수는 53.7로 전월(57.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ISM 제조업 지수도 53.3으로 전월(55.2)보다 떨어지며 4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박석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3월 이후 시작된 조정은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빚어진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위로 치고 나가려면 반드시 경기둔화가 대한 우려감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전으로 볼 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국내 유동성만으로 맞설 수는 없다. 최근 미국 경기의 삐걱거림을 '소프트 패치'(Soft patch, 경기확장 국면에서의 일시적 침체)로 보든, '미드 사이클(Mid cycle) 조정'으로 보든, 시장이 경기회복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급의 힘만 믿고 치고 나가는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다름 아니다.
오는 6일 미국의 4월 비농업 취업자수, 실업률, 시간당 평균임금 등 고용 관련 지표들이 발표된다. 시장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타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관의 선전
4일 종합주가지수는 기관의 매수에 힘입어 다시 93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5.53포인트 오른 929.35로 장을 마쳤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도 120일선(926.89)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92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도 550억원 어치 매도우위였다. 기관 만이 1316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15포인트 넘게 끌어올렸다.
반면 대만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타이베이 증시의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0.3% 내린 5803.68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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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유동성도 축소되는 국면인 만큼 재상승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좀 더 축적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강력한 하방경직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교보증권 박 수석연구원은 "시기상으로 5~6월은 900포인트를 찍고 반등하는 시점"이라며 "900~980포인트 수준까지 의미있는 기술적 반등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기적으로 상승추세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950선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미국의 경우 올 4/4분기 정도까지는 금리인상이 경기를 억눌러 고용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 이후라야 리스크 요인이 약해지고 경기사이클이 강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움 안되는 FRB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3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연방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8번째 금리인상으로, 이에 따라 금리는 3.00%로 높아졌다.
발표문에는 그동안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유지해왔던 '점진적(measured)'란 표현도 그래도 유지했다.
그러나 경제가 소프트패치를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혼란스러운 이 때 FRB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뚜렷한 판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FOMC 회의가 열리기 이전 FRB가 금리인상을 하느냐 마느냐 보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FRB의 발표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문에서 직전 회의인 3월 때와 달라진 곳은 2가지다.
우선 3월 발표문에서는 사용했던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문장 대신 이번에는 "최근 경제지표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소비지출 성장세가 어느 정도 둔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문장을 사용했다.
두번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소비자 물가로의 확산되는 조짐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없어졌다.
즉 첫번째 경우는 경기성장 둔화를 공식 인정한 것이고, 두번째 경우는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전 회의 때 보다 더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FRB는 이날 당초 향후 금리정책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잘 억제되고 있다"는 문장을 '실수로' 빠뜨린 뒤 마감 직전 부랴부랴 추가하기도 했다.
FRB 발표문 변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막판 발표문 수정으로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변경된 문구만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FRB의 우려 강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이와 증권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크 모란은 "누락됐던 표현을 다시 추가함으로써 FRB의 인플레이션 판단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밀러 타박의 채권담당 수석 전략가인 토니 크레센지는 "이번 발표문에서는 FRB가 경제 성장 둔화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 해리스도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예전에 비해 보다 더 우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