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장면과 정비수가

[기자수첩]자장면과 정비수가

최명용 기자
2005.05.16 08:07

[기자수첩]자장면과 정비수가

중국음식점의 수준을 알아보는 첫번째 지표는 자장면 값이다. 싼맛에 한끼 떼우는 사람들을 위해선 2000원 이하의 자장면도 있고, 맛에 자신이 있는 고급식당이라면 6000원이 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법을 제정해 전국의 자장면값을 똑같이 메기고, 매년 자장면값을 정부가 고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되는 상상이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정비수가가 이런 식이다. 정비수가는 정비업체의 종업원들이 자동차를 수리할 때 드는 시간당 공임을 말한다. 정비수가는 법에 따라 정부가 매년 가이드라인을 고시하도록 돼 있다. 정비업체의 기술이 좋던 나쁘던 모든 정비수가는 똑같다. 가이드라인이지만 법원 판결로 넘어가면 강제 규정과 다름없다.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니 정비업체들은 허위 매출을 일으키기 일쑤다.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타기 위해 2시간동안 고친 자동차에 대해서도 6시간이라고 장부를 기재해 보험금을 더 타낸다. 반대로 보험사들은 정비업체들의 허위 청구를 잡아내기 위해 보상직원을 추가 배치, 이중 삼중의 비용을 쓴다.

해마다 정비수가를 둘러싼 치열한 로비전도 벌어진다. 건설교통부에서 연일 회의가 열리고, 관련법을 소관하는 국회의원실에도 양 업권 인사들이 쉴새 없이 오간다. 이런 비용은 결국 정비요금이나 보험료로 반영돼 국민에게 돌아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비수가를 둘러싼 대립이 벌어졌다. 정비업체들은 시간당 1만5000원이던 정비수가를 2만8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손보사들은 2만원 이상은 안된다며 몇달째 회의만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된다.

그러나 정비수가는 정부가 관장할 문제가 아니다. 정비능력이 우수한 회사는 시간당 공임을 비싸게 받고, 대신 정비시간을 줄이겠다는 계약을 보험사와 체결하면 된다. 반대로 정비능력이 떨어지면 시간당 공임을 싸게 받으면 된다. 이런 과정을 겪다보면 시장기능을 통해 적정 가격이 형성되고 보험사와 정비업체 모두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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