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금 손실없으면 그만?

[기자수첩]원금 손실없으면 그만?

권성희 기자
2005.05.17 09:23

[기자수첩]원금 손실없으면 그만?

 “원금 손실은 없다는데 왜 자꾸 문제삼느냐?”

 KB자산운용의 ‘KB 웰리안 부동산투자신탁 제3호’가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펀드가 판매 한달만에 청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유수 금융회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하자가 발생해 환불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금융업계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도 KB자산운용은 “원금 손실이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지난 2월까지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리서치헤드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하면서 한국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강도 높게 주장, `투명성 신봉자`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사태를 맞아선 투명성을 중시하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어 어리둥절케 한다. 단지 “원금에 손실이 없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의 자회사가 고객들에게 850억원의 돈을 받아가며 부동산펀드를 판매했다가 땅을 구하지 못해 돈을 돌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질 지경인데도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대목은 투자설명서다. 고객들에게 배포된 투자설명서는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투자설명서와 약관에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과 토지 소유권을 결국 넘겨받지 못할 경우 펀드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적혀 있지 않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에 손해만 없으면 별 불평을 하지 않지만 선진국에서는 법적 소송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KB자산운용이 국내 자산운용업계 4위로 성장하는데는 모기업인국민은행의 판매력이 크게 작용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모기업의 신뢰에도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투자자와의 약속을 소홀히 여기는 금융기관에 대해 투자자들이 언제까지나 ‘원금만 돌려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침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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