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乙이 보는 甲의 IPO 심사
금융감독원, 코스닥위원회에서 12년동안 공시 및 상장심사업무를 담당하다가 올해 4월부터 증권사에서 기업공개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예전에 공시.심사업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기업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유형이었다.
첫번째는 회계 투명성이 의심되는 회사였다. 상장심사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같은 기업에 대한 심사는 지뢰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사실 집단소송제, 회계감리제,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등 회계투명성 확보장치가 지속적으로 강화됐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특히 이같은 장치는 상장심사기관의 명예를 지켜주거나, 도의적 책임감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최선을 다해 심사해도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 회계정보에 문제가 있는 회사임이 사후적으로 판명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심사담당자들의 고군분투를 멀리서 나마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물론 IPO(기업공개)대상 회사를 발굴하는 영업현장에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나의 일성은 “회계분식은 안됩니다”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업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특정 매출처 의존도가 80~90% 이상이거나, 관련 시장 자체가 법적규제 여하에 좌우되는 기업 등이다. 이들은 원가이전 부담으로 경영성과의 공정한 배분이 곤란하거나, 하루 아침에 매출거래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간 하청구조 등을 감안하면 그 귀책사유가 당해 중소기업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회사에 대하여는 코스닥본부가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심의기준을 견지함은 물론 관련 위험 자체를 해소하면서 시장에 유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회계분식과 달리 사업의존도로 인한 위험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체계적이다. 세부적인 사항을 정해 이러한 위험이 가격정보에 어느 정도까지 포섭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심의가 이루어지면 될 것이다. 최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제시된 여러가지 방안의 출발점은 그동안 무수히 논의된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사담당자들은 자부심과 아쉬움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끝으로 정통 바이오산업이었다. 최고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기술경쟁, 상식이상으로 긴 투자회임기간,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와 사업성에 대한 평가간의 괴리 등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심사가 어려웠던 것은 심사역들의 역량부족이나 심의기준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심의기준이나 심사역들이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정치(精緻)하며 확고한 툴을 정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심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전문가 의견청취 또는 기술평가제도를 백분활용하되 평가내용의 핵심을 공시토록 하고, 심사담당자에 대한 면책조항을 도입하는 등의 제한적 공시주의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극단적으로는 수익성, 성장성에 대한 심사의견 표명을 유보하고 별도의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