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생명 지분매각의 딜레마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매각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원매자로 나선 업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다.
지난해 12월 뉴브리지가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받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비교적 분위기가 차분했다. 채권단 대표인 서울보증측은 '이제 겨우 종이 한장(인수 의향서)받았을 뿐' 이라는 표현으로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최대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란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에서 두번째 원매자마저 해외 투기펀드라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보험사이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권과는 무관하지만 17.6%라는 적잖은 지분이 외국펀드로 넘어갈 경우 뒷말이 무성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KKR측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KR이 채권단의 심사를 통과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어떤 요구조건을 내걸지에 따라 협상진행 정도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뉴브리지처럼 삼성생명의 비밀정보 공개를 요구하거나 기업정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직위를 요구할 경우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또 투자차익을 위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에도 국내 여건상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여전히 국내 원매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KKR의 인수의향서 제출과는 별도로 국내 원매자가 나설 경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매각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이 팔고자 하는 삼성생명 주식은 353만주에 달해 주당 가격이 70만원이라고 보면 매각 가격이 2조4500억원 규모이고 절반 가격으로 판다 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돼 이러한 규모의 자금을 과감히 배팅할 능력과 배짱이 있는 투자가가 국내에는 없다.
개인금융자산 100조원시대에 국내 최고의 보험사 하나 인수할 주체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는 현실이 씁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