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청회가 '空聽會'
공청회나 토론회는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입법화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핵심 사안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한자리에서 점검하는 여론수렴의 통로이자, 정책 취지와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더 없는 홍보의 장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주최하는 공청회나 토론회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 있는 공청회나 토론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달 중순 개최된 '사이버폭력 대책 토론회' 자리도 그런 자리였다. 이 토론회는 정통부가 4대 폭력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사이버 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키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다.
2시간 내내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정작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적 규제의 타당성이나 절차, 범위 등 핵심 이슈들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지한 논지와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핵심 사안별로 자신의 논점을 준비했던 참석자들도 있었지만, 전혀 토론 준비가 안된 참석자들과 뒤섞여 허무한 공방만 이어지다보니 정작 미리 준비했던 의견조차 제대로 피력하지 못했다.
지난 3월 개최된 '이동통신 서비스제공자의 개인정보 보호 지침' 공청회도 마찬가지다. 그날 공청회의 최대 이슈인 '과금정보 보유기간'에 대해 규제기관인 정통부가 오히려 산업계의 논리를 대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패널들이 이 부분에 대한 사전 이해나 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주 정통부 주최로 열렸던 '전자태그(RFID) 프라이버시보호 가이드라인' 공청회는 귀감이 될 만하다. 이날 공청회는 주최측이 예상했던 좌석수를 초과해 참가자들이 몰려들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내용면에서도 알찬 공청회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패널로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번 정책안에 대한 해외 실태자료 조사는 물론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등 꼼꼼한 준비를 해온 덕분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모 교수는 전혀 예정에도 없던 프리젠테이션 자료까지 준비하는 성의를 보였다. 물론 이날 공청회에서도 준비안된 패널이 없진 않았다.
독자들의 PICK!
공청회가 들을 게 없는 '空聽會'가 아닌, 알찬 여론 수렴의 장으로 제기능을 하기 위해선 주최측과 패널들의 보다 진지하고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