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업계의 '개와 고양이'

[기자수첩]벤처업계의 '개와 고양이'

김현지 기자
2005.06.09 09:22

[기자수첩]벤처업계의 '개와 고양이'

벤처업계에서 창업투자회사와 벤처는 '개와 고양이' 관계다. 공생하는 것이 목표지만 서로 견제해야 하는 사이다.

돈가뭄에 허덕이는 벤처기업 사장은 돈자루를 쥐고 있는 창투사가 낯설고 어렵다. 자사 기술을 인정해주고 투자도 많이 해주면 좋으련만, 짜게 구는 창투사가 원망스럽다. 때론 단기 수익에 눈이 먼 창투사 때문에 회사가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깍듯이 대우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창투사는 될 성 부른 벤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받고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는 벤처는 짜증스럽다. 심한 경우 '투자 받은 돈으로 옷사고 차사고 골프치러 다니는 벤처 경영인이 있으며, 이럴 때 경영인의 모럴 해저드를 창투사가 나서서 견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벤처가 돈을 잘 벌 때도 둘은 같은 자리에 누워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벤처 사장은 본인이 잘해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창투사는 적재적소에 투자를 잘한 덕에 벤처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벤처와 창투사 사이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런데, 요즘처럼 정부가 창투사에 힘을 실어주는 시기에는 벤처업체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8일 정부가 창투사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허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벤처 업계는 즉각 이렇게 반응했다. “앞으로 (단기 수익에만 관심 있는) 창투사를 조심해야겠군요”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창투사를 불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하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벤처업계의 불신을 해소할 1차 책임은 창투사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벤처업계에서 창투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투자가 아닌 ‘돈 놓고 돈 먹기’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투자 차원에서 벗어나 회사 경영에 참여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투자와 경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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