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값 상승이 건망증 때문?

[기자수첩]집값 상승이 건망증 때문?

배성민 기자
2005.06.13 09:45

[기자수첩]집값 상승이 건망증 때문?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 판교 주변 용인과 강남 일부 지역은 집값이 며칠새 수억원 오른 곳도 있고 주무부처의 담당 국장까지 "지금처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를 줄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할 정도다.

참여정부 출범 이래 가장 공을 들여 온 것으로 꼽힌 집값 안정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려서인지 관계기관이라고 꼽히는 곳들은 모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세무조사, 기준시가 조정, 신도시 추가개발, 부당 분양광고 조사, 양도세 과세 강화(실거래가 과세) 등 다양하다. 긴급 대책회의도 열린다.

하지만 대책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 집값 급등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온데간데 없다.

간혹 흘러나오는 원인 분석은 이렇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최근 방송토론에서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강화로 얼마나 부담이 커질지에 대해 투기하는 사람들이 잊어버렸다"라고 말했다. 구태여 명명하자면 '비합리적 건망증론'이다.

"전국 집값은 안정됐는데 (강남 등) 일부 지역이 문제다", "현재 상황은 단기적 투기거품일 뿐이다",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과 투기 세력이 집값을 부추긴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 지역과 몇몇 사람들 때문이라는 식이다.

경제주체들은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행동을 합리적으로 수정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내용(합리적 기대가설)은 송두리째 부정되고 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정부의 대응은 호들갑스럽기도 하고 효과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곳의 기준시가를 올린다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미 실거래가로 세금을 내고 있고 신도시 개발계획은 또다시 몇몇지역의 땅값을 들먹거리게 할 것이다.

집부자들이 가진 집을 토해내도록 한 정책도 약발이 의심스럽다. 고소득자들은 집을 사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의 망각보다 정부 당국자의 건망증을 확인하는 회의가 긴급 대책회의보다 먼저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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