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무현 정부를 위한 변명 & 충고

[기자수첩]노무현 정부를 위한 변명 & 충고

박희진 기자
2005.06.13 16:32

[기자수첩]노무현 정부를 위한 변명 & 충고

'집값은 꼭 잡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에도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폭등하고 있다.

이른바 판교발 투기로 분당, 용인 등 주변 지역의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강남의 집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강남 재건축 아파트 평당 가격이 사실상 1억원을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 부동산 열풍은 평촌, 과천 등 경기남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집값 만큼은 잡을 줄 알았던 노무현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실책에 대한 쓴소리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집값 급등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2년반 동안 집값은 17% 올랐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 1년 동안에만 집값이 15% 치솟았다. 지난 1997년 이후 미국 집값 상승률은 130%에 달하며, 뉴욕의 방2개짜리 아파트가 100만달러(10억원)를 넘어섰을 정도다.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집값 상승세가 덜한 편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세계적인 투자 열기는 바로 저금리 현상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미국 증시의 버블 붕괴와 함께 온 전세계 경기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잇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 저금리 시대가 열림에 따라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부동산시장으로 대이동했다.

따라서 한국의 집값 문제는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이 나서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집값 급등과 함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면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 소비를 촉진, 경제는 성장의 선순환을 연출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값만 오르고 경제는 정체상태다. 정부는 올해 '5%성장'을 목표로 세웠지만 정작 1분기에 한국 경제는 2.7%(미국은 3.1%) 성장하는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물론 청산되어야할 역사지만 과거사 문제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고, 성장에 박차를 가해도 부족할 판에 분배에 눈을 돌렸다. 노무현 정부는 뒤늦게나마 경제에 올인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만시지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 정부에게 집값 상승의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지만 성장을 등한히 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소지를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문제를 악화시킬 토양을 정부가 앞장서 마련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의 무덤을 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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