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세대 대우맨'들이 바라는 것
"저기 맞군. 김우중 회장 맞아." 14일 오전 5시반쯤. 베트남 하노이발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몇분이 흘렀을 까.
취재진과 경찰에 둘러싸여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오는 김우중 전 회장의 모습이 생중계되는 공항내 TV에 잡혔다.
이날 마중나온 대우그룹 전 임원들은 반가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5년8개월간의 낭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 전 회장을 맞는 인천공항은 아수라장 그 자체로 돌변했다. 기내에서 몇번이나 소리낮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낭독연습까지 했다는 한장의 쪽지를 읽을 시간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신새벽 피해자의 요란한 시위와 경찰.취재진의 뒤범벅이속에 김 전회장의 자취는 순식간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대우 해체이후 겪어야 했던 아픔을 이야기하며 끝내 참지 못했던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 사람들의 눈물은 급기야 "구속수사"를 외치는 시위대에 의해 다시 한번 분출됐다. 초췌해진 백발의 전 총수가 흠뻑 뒤집어쓴 물세례는 IMF의 이름으로 겪어야 했던 고통의 눈물이었다.
분노의 구호에 묻혀 한켠에서 '힘내세요'를 마음속으로 외쳐보던 김 전회장의 측근들은 경찰 통제선을 부여잡고 한동안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홀연히 떠났던 보스의 쓸쓸한 귀국을 바라보는 모든 전 대우 가족들의 눈가에도 이순간 다시 한번 회한의 눈물이 맺혔을 것이다.
"그분의 재기를 바래요? 연세가 많아 힘들어요. 너무 뵙고 싶어 나온 겁니다." 한 전직 사장은 김 전회장의 재기는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1세대 대우맨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 까. 그들은 김 전회장과 대우인이 파렴치범으로 매도되는 사회적 시선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전직 임원은 "김 전회장이 재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겠지만 진실이 좀 더 밝혀지면 사회적 편견도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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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회장이 끝내 읽지 못하고 후배들이 대신 뿌려준 성명서에는 "국가 경제의 활로 개척을 위해 몸바쳤던 30여년의 세월은 가슴깊이 묻었다"며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과거의 문제를 정리하고 사법당국의 조치를 달게 받겠다"고 쓰여 있었다.
김 전 회장의 사죄문처럼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죄가 있으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지구적인 경쟁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수출활동으로 젊음을 바친 김우중 사람들의 세월을 묻어두는 것에는 반대한다. 침체에 빠진 한국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바로 그와 같은 역동성을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