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수급도 펀더멘털이다"
1080선 문턱에서 시장이 이틀째 전강후약의 장세를 보였다. 장중 변동폭이 커지면서 몇 가지 경계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전날 9억주 이상, 이날은 7억주 가량으로 이틀째 거래량(코스피 시장 기준)이 많은 가운데 이틀 연속 음봉을 그렸다. 코스닥은 소폭 하락해 쉬어가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고점 징후냐에 대해 고민해 볼 때이다.
2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0.02%) 오른 1074.65를 기록했다. 장초반 1086선까지 기세등등 오르더니 오후장 들며 낙폭을 키웠다. 저가는 1068.49로 이틀연속 이 지수대를 바닥으로 반등했다. 증권사 등 기관 매도가 하락을 이끌었는데, 대신 개인이 모처럼 775억원을 매수해 낙폭을 저지했다.
시장에 여러가지 경계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매도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매수 강도(규모)가 371억원으로 줄었음은 부담이다. 이날 밤 노키아 등 대부분 IT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다는 것도 재료소멸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IT기업들의 턴어라운드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호재로서의 영향력은 일단락된 셈이다. 그간 글로벌 증시 상승 동인 중 하나가 IT 기업 실적 바닥에 대한 기대였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경계 신호 들어왔다..단기적 고점 징후?
이승우 키움닷컴증권 연구원은 "지수 부담과 고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지수의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특히 그간 수급의 중심이 됐던 외국인과 기관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고점 징후가 뚜렷해진 만큼 본격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오늘 밤 구글,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실적 발표로 2/4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는 일단락 될 예정이라 2/4분기 실적과 관련해 상승을 이끌 만한 모멘텀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오늘 밤 6월 경기선행지수 마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거시 경제지표에서의 상승 재료가 거의 소진되는 셈이라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모멘텀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경계신호는 켜졌지만 확실한 하락 신호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 3월 이후 코스피가 의미있는 조정을 받은 것은 모두 4차례인데, 이때 모두 해외 증시가 하락했고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섰다는 점이 같다"며 "아직 이런 신호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IT기업 실적발표가 마무리되고 있고 지수 20일 이격도가 105% 이상으로 높아서 순조로운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선물 시장에서는 베이시스가 +0.78의 고가로 마감해 아직 추가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음을 보여줬다. 베이시스는 장중 시장이 약세반전했을 때도 쉽사리 낮아지지 않았다. 베이시스가 미래 시장 가격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를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베이시스 강세는 선물, 나아가 현물의 상승 기대감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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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초 경험에 따르면 고점 돌파에 이어 추세가 한참 진행된 뒤 지수와 베이시스간 방향성 차이가 뚜렷해지자 하락으로 전환됐다"며 "선물시장이 상승을 거부하는 현상이 뚜렷해질때 하락세도 급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날 시장 분위기는 '조심은 하되 상승에 대한 믿음은 놓지 않는 것' 정도로 판단된다.
수급도 펀더멘털이다
지수가 이쯤 오르자, 비관론을 고수하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입장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초 전망을 보면, 국내 증권사들이 낙관적 전망을 낸 데 비해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체로 보수적 입장을 유지했던 터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논리를 살펴보면, 유동성의 힘으로 올랐을 뿐이지 펀더멘털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이치증권 스티브 마빈 투자전략가의 경우, 국내 증시 상승이 순전히 유동성에 힘입은 것이며 펀더멘털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유동성 부분에 있어서도, "국내 기관은 보수적 매수를 하고 있고 개인은 줄곧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이 적립식 등 국내 수급의 힘을 믿는 것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고, 이 유동성의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는 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비슷한 의견. 이 증권사 유동원 이사는 "시장의 기업이익 추정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본다"며 "아주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면 1140선까지 상승도 가능하겠으나 올해 기업들의 수익 추정치를 바탕으로 잡은 적정 지수대는 1080선 정도"라고 밝혔다. 펀더멘털 투자가라면 이 정도에서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SFB증권은 최근 단기적 시장 전망을 낙관적인 쪽으로 조정했다. 기업 자사주 매입, 연기금 매수 등으로 국내 수급이 양호하고 글로벌 IT 업황 호전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석 CSFB증권 전무는 "6개월 정도는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내년 미국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이 예상돼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유동성은 추가상승의 미련을 떨쳐버리기엔 아직은 너무 좋아 보인다. 생각해 볼 것은 유동성에 의한 상승은 '가짜 상승'이냐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제품을 산다 치자. 제품을 사고자 하는 돈들이 많이 풀려 있다면, 같은 품질의 제품일지라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제품 가격이 거짓이라 말하는 구매자는 없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좀 비싸게 사고, 없으면 나름대로 싸게 산다. 중요한 것은 '사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주가 역시 그렇다.기술적 분석으로 주식시장 보는 법
삼성전자가 뉴욕 증시에 있었다면 100만원은 거뜬히 갔을 것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 리스크가 반영, 주가가 할인됐다는 점을 제 값 못 받는 이유로 든다. 그간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해외 증시에 비해 미진했던 점도 할인의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자신의 투자시계를 보라
유동성도 펀더멘털일 수 있다. 낙관론자들은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틀렸던 적은 있어도 한 개별 종목도 아닌, 전체 시장을 반영하는 대표지수의 방향이 틀렸던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마빈 씨 한국 증시 예측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