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모님은 선의의 피해자?

[기자수첩]장모님은 선의의 피해자?

정재형 기자
2005.08.22 08:08

지난 19일 재정경제부는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기자들의 의견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다는 한 기자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처음에는 엄청난 대책을 쏟아낼 듯이 폼을 잡다가 최근에는 '선의의 피해자'를 언급하며 예외 규정을 계속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의 예외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주말부부도 2주택을 갖고 있다면 집값 상승을 염두에 둔 것인데 왜 '선의'이냐는 주장이다. 물론 정반대로 정부 대책의 강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날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모님은 최근 여의도에 주상복합을 한 채 분양받아 계약금을 냈다. 물론 은행 대출을 받았다. "2009년 보유세 실효세율이 1%로 강화되는 등 강경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하면 손해일 텐데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남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거 보시고 당신도 나서서 3대1 경쟁률에서 분양이 당첨돼 오래 갈등하다가 돈을 넣었는데. 잘못해서 막차를 탔다고 생각하시는듯 했다.

부동산 투기열풍의 막차를 탄 장모님은 선의의 피해자일까, 아닐까. 10년 동안 전세로 살다가 몇 년전 강남에 집 한채를 산 사람은 선의의 피해자일까.

당국자들이 `선의의 피해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예외 대상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모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009년이 되려면 4년이나 남았고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면 정부가 보유세율을 그렇게까지 올리겠어요.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고..."

예외를 만들다 보면 원칙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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