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1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대한주택공사다. 판교 등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을 늘리면서 주공 역할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뉴타운 사업 등 도심지 내 광역개발까지 주공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이 시행하는 경우에만 용적률, 층고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일선 조합이 공공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인센티브의 범위에 따라서는 주공이 도시개발 사업을 독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주공은 한국판 ‘베버리힐스’를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판교 남서쪽에 고급주택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이쯤 되면 주공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안정을 위한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들어서다. 이른바 ‘주공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공의 역할이 이렇게 커진데는 최근 집값 급등현상의 대안으로 공기업의 역할이 요구된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시장경제를 ‘대행’하겠다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영개발 도입논리와 그 타당성를 등에 업고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닌가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정도다.
일본에는 주공과 유사한 ‘도시기반정비공단’이라는 곳이 있다. 분양 및 임대주택 건설 등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곳은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뒤 임대주택 관리 등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갈수록 공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공기업이 저소득층 주거안정보다 사업영역 확대나 상류층 주거단지 건설에 집착하는 모양새는 어딘가 어색하다. 최근 주공이 공기업인지 사기업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