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SE가 내년에는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천의 얼굴을 한 외국인'이란 기획시리즈를 위해 런던에 갔을 때 현지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는 아주 고무적인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며칠 전에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뒤의 일이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잘됐다며 맞장구를 쳐 주고 싶었지만,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바로 하루 전날 도크랜드가에 위치한 FTSE그룹을 찾아 피터 드 그라프 공공부문 담당이사와 인터뷰를 했을 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편입 조건을 충족했더라도 실제로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선진국 지수 편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이기에 다소 희망적인 얘기를 했을 법하다'며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상황인식이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에 대해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뉴욕과 싱가포르 및 홍콩에서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의 동북아 허브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사장은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점잖은 말로 준비가 아직 덜됐다고 꼬집었다. 잰 킹제트 슈로더투신운용 이사는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보다 먼저 금융허브 구축에 나선 홍콩 싱가포르 보다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미약하고 금융회계 시스템과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벌써 중국의 국제 금융중심지 개발을 둘러싸고 한치 양보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는 말이 아니라 피땀을 흘리는 실천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근거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선진금융국가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기에 부단한 노력과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는 외국인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여야 동북아 금융허브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