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도마뱀 꼬리자르기

[기자수첩]또 도마뱀 꼬리자르기

여한구 기자
2005.10.12 08:09

노동계 비리가 또 적발됐다. 그것도 도덕성을 지고 지순한 덕목으로 삼고 있는 민주노총의 최고위급이 사용자측에 먼저 돈을 요구해서 받은, 추악한 성격의 것이다.

올해 유독 노조 관련 대형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 기아차 노조의 '채용장사' (1월), 항운 노조(2월)와 현대차 노조 금품수수(5월),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기금 유용(5월),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 복지센터 리베이트 수수(6월) …. 가히 '비리 시리즈'라 부를 만 하다.

그럴 때마다 상급 단체인 노총은 대국민 사과성명과 함께 자체정화 방안을 제시하며 '비리'와의 단절을 다짐했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는 게 이번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로 확인됐다.

노총에서 이전 처럼 '개인 비리'로 묻어 버리고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초기 순수했던 노동운동이 세력을 불리고 권력화하면서 천민자본과 결탁해 '단물'을 빼먹어 오다 하나 둘씩 들켰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 하다.

하지만 11일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에서도 예전 처방전을 다시 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수호 위원장은 "개인적인 비리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권 차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타격을 줘 노동현안을 입맛에 맞게 처리하기 위해 검찰을 동원했다는 논리다.

민주노총은 연초 기아차 노조 비리가 터졌을 때도 침통한 표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하지만 정권의 불순한 의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까지 하고서 광주까지 달려와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이번에 적발된 강승규 부위원장이었다.

10개월 전과 이날의 기자회견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평 조합원이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린, "나머지 썩은 팔과 머리는 어쩌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하려 한다"는 질타가 어느 때보다도 가슴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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