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내려가는 건 순간이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정크본드 추락에 이어, 과거 자회사였던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문제는 1999년 델파이 분사 당시 2007년 전에 델파이가 파산할 경우 GM이 은퇴자의 의료 및 연금 비용을 모두 끌어안기로 약속한 데 있다. 델파이의 연금 비용은 110억달러. 여기에 델파이가 GM에 진 빚 12억달러를 감안하면 GM이 짊어지게 될 '델파이 비용'은 120억달러가 넘는다. 현재 자기 앞가림도 힘든 GM이 다른 회사 은퇴자의 미래까지 책임지게 된 셈이다.
'GM에 좋으면 미국에도 좋다'는 모토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GM의 수난은 '노조'에서 시작됐다.
GM이 미 자동차노조연맹(UAW)과 체결한 건강보험, 퇴직금 비용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한대당 1500달러꼴로 전가된다. 그런데도 UAW는 2003년 단체협상에 의해 체결된 의료보험 보장협약의 기득권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래서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이라는 극약처방이 오히려 GM이 자사 노조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M 사측이 델파이처럼 파산 신청을 해 버리겠다고 노조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파산법은 회사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 노조의 동의 없이도 임금 삭감 및 복지혜택 축소, 감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120억달러의 비용 부담에 노조와의 협상, 부품 가격 인상, 매출 부진 등을 고려하면 GM이 해결해야 할 난제는 산너머 산이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차라리 파산을 신청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강성노조는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 중 하나지만 노동자야 어찌 되든 회사를 살리는 길은 파산보호 신청 뿐이라는 월가의 논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금융자본의 나라 미국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