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는 지난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의제로 채택된 이후, 그 동안 논의되어 온 내용을 중심으로 금년 1월 입법화가 완료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퇴직연금 도입 배경은 공적연금이 노후의 적정한 생활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OECD 국가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시행령이 지난 8월 그리고 시행규칙은 불과 9월에 확정되었으며 감독규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증권사가 자산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신탁업법 시행령의 개정도 아직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상품운용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운용제한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운용방법에 대한 구체적 제한보다는 시장이 선택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또 하나 세제상의 지원부문이다. 세제상의 지원은 퇴직연금 성공의 가장 큰 요소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경우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 수준으로 기존의 개인연금 소득공제한도에 비해 추가적인 소득공제혜택은 6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의 소득공제가 세금면제가 아닌 향후 퇴직연금수령시 과세가 되는 이른바 과세이연임을 감안하면 현재 세수부족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을 경우 미래에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 역시 정부의 몫임을 고려하여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세제상의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위에서 언급한 제도상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금사업자로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자세다. 내년 첫해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10조원, 10년 후에는 최고 20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년 역사의 간접투자자산 운용시장이 현재 20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잠재시장규모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선점을 위해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한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 제도의 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기관이 기업이나 근로자의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상품가입을 권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 초기시장의 실적이 결국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가입을 권유하였거나 아니면 계열사간 밀어주기 결과로 이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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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스템 개발 등 초기 사업비가 많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수수료의 할인 경쟁시 고객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초기 제도정착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접근하는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퇴직연금은 일반금융상품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경우 퇴직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자산운용 과정이나 결과가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사용자 역시 회사의 유동성관리를 포함한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연금사업자로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초기시장 선점이라는 눈앞의 목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인 기업 및 근로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제도의 이해당사자인 근로자, 기업, 정부 그리고 자본시장까지 모두가 승자가 되는 제도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