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삼모사의 쌀 직불금 논쟁

[기고]조삼모사의 쌀 직불금 논쟁

김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5.11.02 09:35

올해 초 정부는 쌀협상 타결에 따른 쌀 수입 확대에 대비해 비효율적인 수매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쌀가격 하락에 따른 농업인들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소득보전직불제를 강화했다.

소득보전직불금은 고정급과 변동급으로 구성된다. 고정급은 가격 수준에 관계 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고, 변동급은 가격 하락폭이 클수록 많이 지급되는 구조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의 반대와 쌀 수확기 산지 가격의 하락으로 쌀협상의 국회 비준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쌀협상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농민단체들의 요구사항들을 반영한 추가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그 핵심대책 중 하나가 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급을 논 300평당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13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이고, 정치권에서는 그 중간선인 10만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는 그야말로 원숭이들이 아침에 도토리 3개, 저녁에 4개씩 받던 것을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달라고 하는 조삼모사 논쟁이다.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가격을 15만원/80㎏으로 가정하고 계산해 보자. 우선 고정급이 300평당 6만원일 경우다. 농업인이 받게 될 80kg 가마당 직불금은 고정급 9800원, 변동급 7200원으로 총 1만7000원이 된다. 300평당 고정급이 7만원일 경우 80kg당 고정급은 1만1400원으로 올라가나 변동급은 5600원으로 떨어져 결국 같은 액수인 1만7000원을 받게 된다. 300평당 고정급이 10만원으로 올라가도 80kg당 고정급은 1만6300원으로 인상되나 변동급은 700원으로 떨어져 같은 액수를 받는다.

즉 어느 경우든 농업인의 실제 수취액은 쌀 판매가격과 직불금을 더한 16만7000원이 보장되고, 재정소요는 어느 경우든 대략 1조원이 된다.

농민단체들은 수매제도 폐지로 인해 쌀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해 안전장치인 고정직불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올해 수확기 쌀가격이 14만원으로 폭락한다고 가정해서 다시 계산해 보자. 이 경우 변동급이 조정돼 고정급 수준과 관계없이 실제 수취액은 16만5500원이 된다. 즉 가격이 1만원 더 떨어져도 실제 수취액은 1500원이 하락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이 경우 재정소요는 예산을 초과하는 규모인 1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즉 쌀가격 하락은 농림부와 농업인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기획예산처 등이 예산 제약 때문에 걱정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안전장치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삼모사 논쟁으로 국회 비준을 늦출 것인가. 농민단체들이 비준조건으로 내놓은 나머지 요구사항은 사실상 쌀협상과 직접 관계 없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도토리 7개를 어떻게 나누어 받을까 하는 본말이 전도된 논의는 접자. 대신 7개 받던 것을 8개 받는 본질을 논의하자. 시각을 전환해 수출할 길을 모색하자. 한류를 타고 우리 대장금쌀, 욘사마쌀이 중국 동남아 일본으로 왜 못가겠는가.

일본의 경우 1999년 쌀시장을 개방한 이후 우리보다 2배 이상 비싼 쌀을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이 뽑은 우리 나라 러브미 수상 쌀들은 일본쌀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이제 우리 쌀산업도 공급 과잉 해결책이 없고 미운 오리 취급받는 방어에만 급급한 폐쇄경제체제를 벗어나 경쟁에서 살아남는 공격적인 체질로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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