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생충 김치" 누굴 위한 발표였나

[기자수첩]"기생충 김치" 누굴 위한 발표였나

여한구 기자
2005.11.07 09:05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해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납김치' 소동을 시작으로 한달이 넘게 '김치파동'이 이어지면서 김치 자체가 혐오식품 다뤄지듯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종의 '광풍'이다. 그런데 그토록 심각한 문제인 지 한번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알이 들어 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달 21일. 중국산 16개 제품을 검사해 보니 9개 제품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며 큰 일이나 난 것처럼 발표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과연 국산 김치는 기생충알에서 안전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식약청은 전체 국산 김치에 대한 조사를 벌여 지난 3일 '예상대로(?)' 일부 제품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고 공개했다.

한데 사족이 붙었다. 발견된 기생충알은 미성숙란이어서 인체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먹어도 그렇게 해롭지 않다는 뜻이다. 또 1차 발표된 중국산에서 발견된 기생충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식약청은 왜 섭취해도 크게 유해하지 않은 기생충알 관련 검사결과를 서둘러 공개했는지. 답은 식약청에서 쉽게 나왔다.

식약청은 "예상보다 중국산에서 기생충알이 많이 나와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발표 후 생길 파장과 대책, 안전성 등은 충분히 고려치 않고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한건주의'의 소산이었다. 여기에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면피주의'도 곁들여진 듯하다.

그 결과 중국과 일본이 우리 김치 수입에 제동을 걸고, 배춧값이 폭등하고, 영세 김치업체는 도산 일보 직전에 이르게 됐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행정으로 치르게 될 희생치고는 대가가 너무나 크다. 과연 누구를 위한 발표였는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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