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지급결제기능 허용에 관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급결제기능을 보유하면 현금거래를 제외하고 송금, 공공요금 납부, 신용카드대금 결제 등 거의 모든 자금이동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데 현재 은행만이 온전한 지급결제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1999년 증권업계에서 은행공동망 일부 가입을 추진하다 무산됐고 2001년에는 새마을금고연합회 신협중앙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이 추진 3년 만에 지급결제기능 일부를 확보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금융혁신에 따라 비은행권에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은행권에도 지급결제기능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증권종합계좌는 1970년대 후반 미국 메릴린치사가 도입하여 크게 성공한 상품으로 카드대금 결제는 물론 개인수표 발행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연간 200만좌 이상의 계좌에 6000억달러 내외의 자산을 보유하여 가계유동자금의 자본시장으로의 흡수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 도입된 증권종합계좌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여유자금은 자동으로 MMF 등에 투자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은행의 요구불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것이 큰 매력이나 현재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이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유니버셜보험뿐만 아니라 일부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상품 중에도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품들에 지급결제기능이 부가되면 고객들은 훨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지급결제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상품의 출현도 촉진할 수 있다.
지급결제기능의 은행 독점에서 기인한 업권별 불균형 완화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대고객 거래에서 고객이 선택한 은행의 계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장지분이 높은 은행일수록 지급결제수수료 협상에서 독점적 교섭력을 갖게 된다.
실제 생명·손해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은행권에 지급하는 지급결제수수료는 연간 약 1200억~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은행권에서 모든 지급결제 중계에 대한 비용으로 금융결제원에 납부하는 액수는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보험권은 은행의 지급결제비용을 떠안고도 남을 만큼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셈이다. 물론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들이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하면 지급결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다. 또한 최악의 경우 은행은 한국은행에서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다른 금융기관들은 긴급대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연합회 등은 업계 대표기관이 1차적으로 결제위험을 관리하고 최종 자금이동은 대행은행을 통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불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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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융합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선례를 참고하여 적당한 방법만 모색한다면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지급결제기능을 비은행권에도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급결제기능이 은행에는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존재겠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시장에 내놓는다면 금융산업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요청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