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동을 잉태한 유럽식 경제모델

[기자수첩]폭동을 잉태한 유럽식 경제모델

이경호 기자
2005.11.10 16:44

13일째 맞는 프랑스 소요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약 2주 동안 방화 등으로 5000대가 넘는 자동차가 부서졌다. 소요와 관련돼 체포된 사람만 1300명이 넘는다.

세계적 관광지 니스와 마르세유를 포함해 30곳에는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어제 하루만해도 600여 대의 차가 불에 탔다.

소요는 아프리카 이민자 2세인 청소년들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감전돼 사망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경찰의 과잉 대응에 반발해 젊은이들이 파괴행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기들은 청소해야 한다"고 한 내무부 장관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소요의 원인은 이슬람 종교갈등과 인종탄압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이주자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다수의 해외 언론들은 프랑스 소요를 구멍 뚫린 이민자 통합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일자리가 없어 노는 젊은이들의 불만이 소요를 틈타 폭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4~24세 사이 프랑스 젊은층의 실업률은 21.7%에 달한다. 이는 미국(11%)과 영국(12.6%)의 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업이 소요의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벨기에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 여러 유럽 국가의 젊은층 실업률도 20%가 넘는다.

10년간 저성장으로 헤매고 있는 '독일 병'의 원인 역시 실업이다. 총 임금의 42%로 사회보장비를 충당하다보니 인건비가 올라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자리 감소로 줄어든 사회보장비를 정부 재정으로 보충하다보니 성장에 필요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 일자리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즉, 사회보장제도에 기초한 대륙식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으로 인해 성장과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면서 이 모든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철의 여인 대처의 개혁으로 사회보장 시스템을 허물고 실용주의를 택한 영국과 철저히 자본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번영을 구가하고 있어 대조된다.

독일의 대처로 불리는 메르켈 차기 총리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저성장의 뒷편에 있는 실업 때문이다.

'늙은 유럽'이 폭동을 잉태한 유럽식 경제모델을 치유하고, 세계 경제의 한 복판으로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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