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기진작 위해 감세한다더니...

[기고] 경기진작 위해 감세한다더니...

이혜훈 국회의원(한나라당)
2005.11.16 15:53

얼마전 감세는 경기진작엔 효과가 없는 반면 양극화만 심화하고 재정적자와 물가를 악화시킨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공동으로 배포했다. 그 며칠전만 해도 국회에서 감세정책은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재정확대정책은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고 답변한 부총리 스스로 이 자료의 내용이 옳다고 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재경부는 지난해 9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리면서 "경기진작을 위해 세율을 내렸다.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도 다 내리고 있고 감세는 세계적 추세다"라고 했다. 여당이 감세할 땐 경기진작용이고 야당이 요구하면 백해무익이라는 극에서 극으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근 법인세를 내린 국가는 15개국, 소득세를 내린 국가는 12개국, OECD가 회원국들에 권고하는 재정개혁 동향은 감세를 통한 경기진작이라는 것이 2004년 OECD 재정정책보고서 첫 문장이다. 우리 정부도 알고 있는 감세정책의 해악을 OECD는 모르고 선진국들은 너나 없이 감세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재경부 보도자료를 하나하나 따져 보자. 재경부는 실증분석 결과 감세정책의 효과는 없거나 불확실하다면서 조세연구원의 연구와 외국학자의 논문 2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감세와 재정확대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경제학계의 오랜 논란이었던 관계로 수백 개에 달하는 실증분석이 있고 결론은 거의 반반이다.

물론 감세정책 효과의 크기는 연구방법론에 따라, 국가에 따라, 기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정확대보다는 감세가 훨씬 효과적이다, 감세가 많게는 경제성장률을 5.3%포인트 높인다부터 작게는 0.03%포인트 낮춘다는 결과까지 100여 가지의 실증분석 결과가 엄연히 있는 데도 효과가 없다는 논문 2∼3건만 달랑 인용하면서 감세는 효과가 없다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재경부가 인용하는 조세연구원조차 감세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얘기는 쏙 빼버렸다.

감세불가론의 또다른 근거로 우리 나라의 재정규모는 OECD 선진국 중에서 극히 낮은 편이라고 했다. 통계조작에 가까운 얘기다. 재경부가 인용한 OECD 자료의 원본을 보면 각주에 선진국들의 재정규모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각종 공기업 등 산하기관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달리 우리 나라는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을 포함한 재정지출 규모는 아예 추계 자체가 안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318개에 달하는 공공기관, 250개에 달하는 지방정부회계, 2300개 남짓한 지방정부 기금, 80개가 넘는 공기업은 모두 빠져 있고 중앙정부 회계 하나만 달랑 포함한 재정규모를 이 모든 것을 넣은 다른 나라의 재정규모와 비교하고는 우린 낮다고 하는 자료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경기는 IMF체제 때나 비슷한데 그때보다 더 힘든 건 세금에다 각종 공과금이 엄청나게 오른 점이라며 서민들은 한숨 쉬고 있다. 세금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국방 치안 보건 교육 등의 공공서비스의 대가로 내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공공서비스의 질은 세계 32위에서 42위로 떨어졌는데 세금은 1.5배, 국민부담은 1.6배가 늘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세금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정책 잘못해서 정부 씀씀이를 충당하기에 세수가 모자란다면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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