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세 주장 현실성 없다

[기고]감세 주장 현실성 없다

허용석 재경부 조세정책국장
2005.11.21 09:40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을 깎아준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에 몸담고 있는 필자도 국민인 이상 생각이 다를 리 없다.

소득세·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맞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투자를 촉진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으로이어가려는 의도에서다.

우리나라 소득세율·법인세율을 보면 최고세율이 각각 35%, 25%이다. OECD평균(37.3%, 26.7%) 보다 낮고 우리 주변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37%, 30%), 중국(45%, 30%) 보다도 낮다. 적어도 세율수준 측면에서 경기진작을 위해 국제적인 세율인하 추세에 맞춰 추가로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세율인하 효과는 어떤가. 감세로 인한 소비확대·소득증가 등 경제적 효과는 간접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재정지출 확대는그 효과가 보다 직접적이고 단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론이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고, 감세혜택을 받는 고소득자의 경우 통상 한계소비성향이 낮으며, 저금리·풍부한 시중유동성 등 자금 면에서 투자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는 세율인하가 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반면 세율인하로 인한 세수감소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소득세·법인세율을 1%p 인하하면 3조원에 가까운 세수감소가 나타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4∼5조원 수준의 세수부족이 발생하고 있고, 부족재원을 보충할 대체재원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수감소는 분명하나 기대효과가 불투명한 정책대안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 재정규모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OECD 통계에 선진국은 재정규모에 중앙정부·지방정부·각종 공기업 등 산하기관 모두를포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빠져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OECD는 재정규모 통계작성시 중앙정부·지방정부 및 산하기관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나 공기업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년 OECD에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3% 인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40.8%의 67% 수준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세부담 지표로는 조세부담률이 있다. 2004년 기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9.5%(03년 20.4%)로 OECD 30개 회원국 평균과 비교할 때 26위로 낮은 수준에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낮게는 19.5%, 높게는 20.4% 범위에서 움직여 왔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정규모나 조세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문제는 세부담액이 커지는 만큼 국민소득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국민의 세부담을 비교할 때 세부담액의 절대액만을 가지고 비교하기 보다는 세부담액과 늘어난 국민소득을 함께 고려하는 조세부담률로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5년간 국민의 세부담은 큰 변동이 없었다고 본다. 정부는 국민의 세부담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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