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쪽팔 묶어놓고 시작하는 퇴직연금

[기자수첩]한쪽팔 묶어놓고 시작하는 퇴직연금

송기용 기자
2005.12.05 09:52

계륵(鷄肋). 닭갈비처럼 먹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존재. 1일 막이 오른 퇴직연금 시장이 계륵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확정기여(DC)형 상품에 주력하고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DC형은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해 노후에 좀더 많은 연금혜택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연금 선진국에서 근로자들이 연금액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DB)형에 비해 위험을 안고서도 DC형을 선택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DC형의 경쟁력을 찾을수 없다. 금융당국이 DC형 퇴직연금의 주식투자를 꽁꽁 차단했기 때문이다. 주식 직접투자를 전면 금지한 것은 물론이고 주식형,혼합형 수익증권 투자까지도 못하도록 차단했다. 기껏 허용한 것이 주식편입비중 30% 이하인 채권혼합형 수익증권 정도다. 사실상 주식투자 하지 말고 채권위주로 투자하라는 소리다. 이대로라면 코스피 2000, 코스닥 1000 시대가 온다고 해도 퇴직연금 가입자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 물론 시장이 고꾸라질때 하락위험도 적겠지만 장기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현행 규정 아래서는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의미가 없다며 자기 회사의 사례를 들려줬다. "우리는 노사합의로 퇴직금을 매년 정산해 주식형펀드에 넣고 있는데 주가상승으로 직원들이 큰 수익을 얻었다. 이번에 보니 DC형의 경우 주식형펀드 투자를 금지하고 있어 직원들은 DC형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퇴직연금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자산운용사 대표로서 DC형 전환을 추진할까 했지만 이런 반응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DC형 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일본 등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연금자산의 과다한 위험 노출 차단을 위한 조치라고 당국은 설명하지만 국민을 지나친 계도대상으로 보는 과잉보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인 만큼 스스로 분산투자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과도한 리스크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 DC형 연금시장 1위인 오우라 요시미쓰 NSAS 사장의 말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