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에서 돈의 힘은 엄청나다. 돈만 많으면 멀쩡한 종목을 하루 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보낼 수 있다.
한 기업에 악재가 생기면 순식간에 매도가 몰려 이 기업 주가는 급락하고, 이 종목을 편입한 펀드수익률도 하락한다. 이는 펀드환매 사태로 이어져 증시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우량한 기업이 대형 운용사의 갑작스런 매도로 급락할 경우 시장에선 마치 해당 기업에 악재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K그룹 주가가 급락했다. 자금악화설에 즉각 반응한 대형 운용사가 투매에 나서자 타투자자들까지 매도에 가세해 그룹주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 그룹의 자금악화설은 이내 수그러들었지만 주가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펀더멘털상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한꺼번에 대량 매수가 몰리면서 급등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돈의 힘이 모래성과 같아 언제 파도에 휩쓸려 썰물처럼 사라질 지 모른다는 점에서다.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점도 가격 왜곡 현상 외에도 돈이 일시에 빠져나갔을 때의 상황이다. 특히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펀드 환매 현상은 손쓸 새도 없이 퍼져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5년전 바이코리아 열풍에서 생생하게 겪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체적으로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최근 관련 사례들도 다 알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적립식펀드가 과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동향을 주시해오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장의 속성을 잘 알고 있으며 시장 혼란 예방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는데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것은 몇배의 비용이 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