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회간접시설(SOC) 구축이 상당부분 완비되고 경제성장이 저조한 시점에서 건설업의 해외시장 진출의 당위성은 매우 유효하다.
해외건설사업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1980년대 국내 전체 경상수지 흑자(200억 달러)의 62%인 126억 달러를 해외건설이 담당하던 때도 있었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은 연간 100조원 규모인데 비해 올 해외건설 공사수주는 이의 10% 남짓한 100억 달러(약 10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실정이다.
해외건설 수주는 한국경제의 거품이 절정을 이뤘던 1997년 140억 달러에서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처했던 2000년 54억 달러로 대폭 축소됐다가 올해 100억 달러 규모로 다시 커지는 등 일정한 형태를 점칠 수 없는 부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건설업체가 영업력(기술력, 정보수집능력, 관리능력, 국력 포함)이 요구되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이제 겨우 시행착오 단계를 탈피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시련기를 거쳐 해외건설 전문업체의 적자생존 작업이 마무리됐고 때맞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전통적인 해외공사 발주국의 재정 여건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제2의 도약을 위해 분발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건설사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까.
첫째로 고부가가치 공사수행을 위한 자체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고임금 등 모든 사회구조가 선진국화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집중해야 할 공사는 항만, 교량, 준설 매립, 고속철도, 초고층 빌딩, 대형 턴키 플랜트 등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공사들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기본 설계 능력을 배양하고 단기적으로 외국의 설계 능력 보유회사를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공용어 구사능력이 필수적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 각 회사들은 국가별,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곳을 선택하고 이에 집중함으로써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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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위험관리 능력의 강화다. 해외건설의 무대는 관습과 제도가 상이한 외국이기 때문에 각국의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 즉 해당 국가의 법령과 전통적·통계학적 각종 위험을 비롯해 발주처의 공사발주 관행 등을 면밀히 조사, 비용 초과(Cost over-run)에 대비해야 한다. 화폐와 금융에 대한 안전장치 기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야 한다.
넷째 세계 유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추진이 필요하다. 다섯째 광범위한 해외영업망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자재 소싱(Sourcing)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건설 수주의 신호탄은 정보 수집력으로 경쟁사의 동향을 분석, 입찰 전략에 반영하고 주요 기자재 업체와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한 경쟁적인 입찰가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적인 수주의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지원책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수입역조국가 발주공사에 대한 정부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카타르나 오만 등과 같이 연간 20억 달러 이상 무역역조가 발생하는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국내 업체가 유리한 입장에서 수주할 수 있도록 건설외교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나 정부투자기관의 차관 또는 투자에 의한 수주기회 확대도 있어야 하며 보증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밀려오는 후발국가들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제2의 중동 특수'라는 우리의 희망은 끊임없는 업계의 노력과 이에 상응하는 정부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때 달성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