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취지모호한 생애첫주택대출

[기자수첩]취지모호한 생애첫주택대출

진상현 기자
2006.01.10 17:01

지난 8일 오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이하 생애첫대출)의 대출자격 요건 강화 여부를 취재하기 위해 건설교통부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지난 2001년에 시행됐던 생애첫대출은 아예 소득 제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금리가 상승세를 타서 그렇지 이번 생애첫대출이 그렇게 과도한 지원은 아닙니다"

서민지원이라는 정책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소득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과거 생애첫대출은 되레 소득 요건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는 뜻밖이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생애첫대출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복지 정책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생애첫대출은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8.31부동산대책 후 발표된 서민주거안정 대책에 포함됐던데다 정부도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고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 요건이 너무 높게 잡히면서 이런 정책취지가 모호해져 버렸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돼 있지만 본인 소득만 따지기 때문에 부부 합산을 할 경우 연소득이 1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또 기본소득 기준이어서 상여금, 성과급 등을 포함할 경우 상당한 고소득층도 대출 대상이 된다. 누가보더라도 서민만을 위한 정책은 아닌 셈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관할 부처인 건교부의 태도. 서민지원을 위한 정책이라면 늦었더라도 소득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맞고, 서민주거안정 목적도 있지만 첫 주택 마련자를 위한 복지정책이라면 적극적으로 정책 취지를 설명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소득 요건 강화에 대해 의견이 나뉘어 있다"며 "국민 여론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건교부 스스로도 이번 생애첫대출의 정확한 정책 취지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 전에 이 제도를 왜 시행했는지를 돌이켜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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