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세초, 공부하자는 목소리가 변함없이 높다. `신바람 나게' `열린' 등의 수식어가 붙은 공부법에 `나는 이렇게 했다'는 경험담까지 공부에 관한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닦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공부는 경험상 늘 재미있거나 쉬운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정한 포기나 강제가 수반됐던 까닭이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중심지인 방갈로르에 본부를 둔 와이프로 곳곳에는 `잊는 게 공부'(To unlearn is to learn)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잊음의 대상은 명백히 잘못됐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이전의 허물을 고쳐 배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얻거나 익힐 수 없고, 구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는 발상의 전환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점에서 새로운 한 해를 의욕이 앞서는 계획보다는 묵은 해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해 봄직하다. 와이프로의 풍경을 전한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역시 지난해 교훈을 소재로 새해 첫 보고서를 썼다.
그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적자폭 이상으로 유입된 외국자본 덕분에 지난해 달러화가 강세를 띠었다면서 2005년의 달러화 약세 전망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그가 얻은 교훈은 불안한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점점 더 자본의 유출입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로치는 이를 포함해 인플레이션, 에너지 충격, 세계화 등에 관한, 어긋난 전망을 조목조목 반성한 후 올해는 `과도한 자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틀린 전망이 쌓이다 보면 `잊으라'는 압박이 커지겠지만, 경제원론에 기초한 당초 전망이 맞는 경우 자만의 대가는 혹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다운 지적이다.
우리는 올해 무엇을 잊고, 아니 버리고 출발해야 할까. 경제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새해 벽두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던 `1.2개각' 잡음을 보자. 대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가 예정된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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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한 것을 놓고 빚어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충돌은 한해 전 이기준 교육부총리 카드로 연출된 혼선을 다시 보는 듯 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시점이 1월4일과 1월2일로 유사했고, 반발의 주체가 지난해 여론에서 올해 여당으로 달라졌지만 반대 축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도 비슷했다.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 옳다면 국민이나 여당은 계속 `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른바 `∼빠'에 집착해 국정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맞다면 청와대는 두해 연속 제대로 된 교훈까지 `잊은' 셈이 된다.
이 가운데 `∼빠'는 극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로 강한 반감이 담겨 있다. 또한 잡음의 단초이자 결과물이며, 다툼을 하는 양 진영이 공감하는 `상생'의 적이다. 최소한 `∼빠'를 잊는 것부터 상생을 익혀보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쉬운 공부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