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보경 프론티어M&A회장
적대적 M&A에 의해 경영권 공방전략을 개발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개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경영권 시장과 정부정책의 흐름을 예측하여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기업의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경영권 시장에 대한 정부정책이 새롭게 개정되자 적대적 M&A 붐이 일어났고,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공격과 방어에 대한 신종 전략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펀드자본주의에 의한 전문경영인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도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전문경영인들의 저변이 취약하고, 도덕성과 책임감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이 소유자 지배에서 전문가 지배로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는 소유자가 전문경영자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확보하여 기존의 소유자들을 견제한다면 전문경영자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은 급격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특히,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있는 초다수결의(Supermajority Voting)방식과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조항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지배주주의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는 전문경영인의 영향력이 강화되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우려는 더욱 크다.
지금 정부와 재계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앞으로 전개될 지배구조의 흐름을 살펴볼 때 급한 것이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 규모가 6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이 같은 집단의 계열사에 출자할 때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이 소유자에서 경영자로 이전되는데 따른 대비책이다.
설명하자면,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관에 초다수결의 (Supermajority Voting)방식을 도입하거나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조항을 삽입하면 전문경영자의 권한이 매우 커지게 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회사 경영상의 판단과 지배구조는 대부분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경영자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소유자의 전문경영자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면 소유자는 지배주주가 아니라 일반 대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기업의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실감날 것이다. 기존의 경영진들이 경영정책을 수립할 때 외국계 투기자본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게 되면 경영권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장악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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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이 되면 일반적인 경영권 분쟁은 발생하지도 않게 된다. 그냥 외국계 투기자본에 국내기업의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에서 최고의 공격전략은 전문경영인을 포섭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병법에 적군을 아군으로 포섭하면 전력이 두 배로 강화된다고 하였다. 특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전문경영인을 포섭하면 기업지배는 완벽한 성공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없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채택하고 있는 순환형 출자구조에서 여기에 속하는 기업 하나만이라도 경영자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포섭된다면 현재의 지배구조는 송두리째 깨지게 되는 것이다. 외국계 투기자본들은 이미 수백조원의 자금을 국내기업에 투자하여 우량기업의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금들이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재벌기업의 전문경영인을 포섭하기 위하여 5,000억원을 사용해도 외국계 투기자금에 포섭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가 있겠는가?
앞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도입할 경우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과 "보이지 않는 세력"에도 언급했지만 투기자본의 침투방법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전략과 함께 사용한다. 이미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유와 관계없는 경영진을 포섭한다면, 그리고 적대적 M&A방어책이 전문경영인들의 권한을 강화시켜 준다면 재벌들의 지배권은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초다수결의 (Supermajority Voting)방식이나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조항과 같은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전문경영자들의 권한이 매우 강화된다. 이러한 상왕이 되면 순환출자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전문경영자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SK그룹 등은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