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대폰 보조금은 의무 부담금?

[기자수첩] 휴대폰 보조금은 의무 부담금?

이구순 기자
2006.04.06 09:25

휴대폰 보조금이 부분 허용된지 열흘째. 대리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모두 "그것 밖에 안되냐"며 불만이다. 이들에게 보조금은 이동통신 회사들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의무부담금이 정도가 됐다. 이용자 약관에 보조금 지급금액을 명시해 놓고 1년6개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가입자에게 모두 주도록 했으니 이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보조금은 통신업체의 마케팅 수단이지 가입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한 의무 부담금이 아니다. 마케팅 수단은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거둬가기 위해 뿌려두는 ‘밑밥’같은 것이다. 물론 어디에 밑밥을 뿌릴 것인지는 기업이 판단한다.

가입자 후생 차원에서 이통사의 이익을 가입자에게 환원하는 제도라면 요금인하라는 수단을 써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국가로부터 허용받은 주파수와 정부의 진입장벽을 무기로 이익을 얻었으니 요금을 내려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금 부분허용 제도가 마케팅 수단을 소비자 편익을 위한 의무 부담금으로 바꿔 놓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올해만 보조금으로 1조원 가까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보조금을 충당하느라 당초 계획했던 투자를 다 집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는 소리가 슬금슬금 따라 나온다. 보조금 비용과 투자를 모두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보조금은 애초부터 전면금지하든지 아니면 전면허용 했어야 한다. 적어도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택하는 권한을 기업에 주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정부가 선택의 권한을 제한했으니 통신업체의 우는 소리에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통신업체의 투자가 1년 지연되면 IT산업은 2~3년 이상 발전이 더뎌진다. 기간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믿고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통사들의 볼멘소리에는 엄살도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 제도가 투자의욕을 옥죄는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때다. 제도를 만들면 그 제도의 부작용에 따르는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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