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부동산 대책의 마지막 카드

[광화문] 부동산 대책의 마지막 카드

정희경 경제부장
2006.04.06 09:31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가 총수 일가를 타깃으로 급진전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서초동으로 쏠려 있다.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한 론스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리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관여한 김재록씨 등도 수사의 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검찰의 행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자산 56조원의 재계 2위 그룹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너무나 평온하다. 정작 금융시장은 검찰보다 한국은행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임 이성태 총재의 `선제적' 움직임이 단발적 수사보다 앞으로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같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취임하면서 `과감한 결정'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언급했다. 경제회복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한 과열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를 지켜봐온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들이다. 원칙주의자로 분류되는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선진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가 2003년말 서울대 강연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일례다.

이 총재는 즉흥적 대응보다 체계적 접근을 선호한다.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70~80%의 확신이 서면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특히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 금융시장에는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요약하지만 이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은 정부 눈치나 무언의 압력에 금리조정권을 맡겨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 조정이 과거보다 잦아지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다.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대체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라는 점을 들어 참여정부가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그를 기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참여정부가 경제정책 수단을 부동산시장에 `올인'했다는 얘기다.

사실 부동산세제를 대폭 강화한 8.31대책, 부동산 담보대출을 억제한 3.30대책이 정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남은 카드는 금리밖에 없다. 때맞춰 삼성경제연구소는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수년간 안정되지 못한 만큼 중립 이하 수준의 금리를 좀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리카드는 정부 당국자들이 `극약처방'으로 인정할 만큼 세제나 금융감독 정책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동시에 부작용(경기후퇴) 역시 더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회복세와 곧 재편될 금통위원의 성향이 변수가 되겠지만 이 총재가 취임일성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한 이상 종전의 `신중한 통화정책'(금리 유지)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에게 현대차 수사 못지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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