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을 해고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외환은행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론스타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63빌딩 3층 체리홀.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1000여명의 직원들을 해고한 데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구조조정 결과 은행은 건전해졌고 현재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직원들을 고용할 기회가 많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이 어쩔수 없었다던 그는 인수한지 3년만에 막대한 매각 차익을 남기고 서둘러 떠나려 하는 '모순'에 대해서는 결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시계추를 2003년으로 되돌려보면 위기상황에서 누가 주인이 됐건 외환은행의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 갔던 외환은행은 이제 순이익 2조원의 우량은행으로 거듭났다. 그 이면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했던 외환은행 직원들의 아픔과 희생이 있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은행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다시 팔려 은행간판을 내리게 됐다는데 큰 자괴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원천이 2003년 수많은 의혹속에 투기적 펀드자본인 론스타로 은행을 매각한데서 찾고 있다.
2003년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이 사심이 끼어든 음모였는지 아닌지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결론나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외환은행이 이제 새주인을 만나야 하는 지점까지 전진해 있다. 그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란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러한 기구한 운명속에서 생존의 발버둥을 친 외환은행 직원들의 회한, 그리고 노고와 땀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일 기자회견장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레이켄 회장 바로 앞에는 외환은행 직원 13명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피켓을 든 채 시위에 동참한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분노와 회한의 감정이 고스란히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