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컨드 게스'(second guess), '결과를 보고 비판하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스포츠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제70회 미국 마스터즈 골프대회에서 3위에 그친 타이거 우즈에게 이런 비판이 나왔다.
우승자 필 미켈슨에게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우즈는 1~2m 거리의 이글퍼팅을 2차례, 홀을 스친 버디 기회도 3차례 놓쳤다. 프로에게 수치로 불리는 3퍼트가 3개나 됐다. 이런 퍼팅 난조가 아니었다면 우즈는 전년에 이어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었다. 우즈는 경기 후 "퍼터를 토막내고 싶었다"고 자책했지만 승부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세컨드 게스'는 정책 실패나 실기 등에도 따라다닌다.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는 운동경기와 달리 정책 결정의 오류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고, 파장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그 비판의 강도는 셀 수밖에 없다. 최근 '외환은행의 헐값매각 의혹' 감사 및 수사를 둘러싼 잡음이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외환은행에 '부실'이라는 딱지를 붙여 통상적으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판 것이나, 론스타가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불과 3년새 5조원 가까운 차익을 남기는 데도 세금 한푼 물리지 못할 상황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은 과연 적정했나, 왜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못했나, 차라리 국민은행이 인수토록 하는 게 낫지 않았나…." 지금으로서는 당시 정책 당국자들을 상대로 이런 질문을 쉽게, 끊임없이 던질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일개 외국계 자본의 금품 로비를 받고, 항간의 의혹처럼 BIS비율을 조직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을까. 시계추를 2003년 매각 당시로 돌려보면 "외환은행은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당국의 해명을 받아주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하다.
감사원은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철저히 의혹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들끓는 여론상 BIS비율 조작 여부를 조사할 수밖에 없겠지만 "왜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느냐"고 따지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후대에 유사한 결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백서를 작성하는 접근으로 말이다.
론스타의 여러 혐의와 함께 대검 중수부가 `투트랙'의 하나로 설정한현대차(471,000원 ▲5,500 +1.18%)그룹의 경영비리 사건 역시 `세컨드 게스'의 대상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검찰은 지난 한달여 속전속결식 수사를 벌인 후 정몽구 회장의 처벌 수위를 놓고 막판 장고했다. 수사 착수 전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신병처리의 밑그림도 그려놓았을 듯 한데 새삼 `세컨드 게스'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수사 착수 자체를 보다 고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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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복적인 '세컨드 게스'를 양산하는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