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기 힘든 시장이다. 경기나 주가 향방에 대한 판단이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불과 1개월 전 강하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던 D증권사에게서 반성문을 받아낸 시장은 1350을 저점으로 강세론을 펼쳤던 S증권사를 항복시켰다.
열쇠는 여전히 외부에 있고, 국내 자금은 1300을 지키기 위한 분투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11일 미국 FOMC 이후 선진국의 긴축 및 경기 둔화 우려에 의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글로벌 자금의 증시 이탈이 시장을 누르고 있고,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이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1300 지지에 안간힘 =외국인의 매도는 여전하다. 장중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700억원 이상 순매도중이며, 지수선물도 2284계약 순매도중이다.
방어에 나선 것은 국내 자금이다. 개인과 자사주 매입 자금, 투신과 증권이 실탄을 총동원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330을 놓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수가 이미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하회, 단기 저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1300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라운드넘버라는 것 외에 1분기 숱한 고비를 겪으면서 지켜낸 바닥이며, 연중 저점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하는 사이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돼 잔고가 37조원을 넘어섰지만 지수가 1300을 깨고 내려갈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물 뿐 아니라 국내 자금도 이탈하면서 주가 하락을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일부 기관에서는 지수가 1300 아래로 밀릴 경우 자금을 채권으로 옮기도록 내부 방침을 정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이 1300 붕괴를 막아내는데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금 유입이 속도를 내자 기관의 매수 여력이 확충되고 있지만 1300 아래로 지수가 밀릴 경우 환매 압력이 커질 수 있고, 국민연금을 포함해 아웃소싱을 준 기관이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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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지만 "3월말 이후 상승 과정에 경기에 의존한 바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다소 둔화된다 하더라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이유는 없다"며 "인구 구성이나 부동산 기대수익률 감소 등 구조적으로 가계의 주식 편입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수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이날 다소 약화됐지만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이르다"며 "주가 하락에 후행하는 국내 자금는 오는 7월까지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할 경우 환매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끝이 안보이는 경기 논란 =경기 둔화를 반영한 추세적 하락일까 상승 추세속에서 일부 유동성 이탈로 인한 단기 급락일까.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의 경기 우려와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인해 고통이 따르고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해외에서 추가로 악재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1300 지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저점에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5월 FOMC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낙관적 기류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조정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이 경우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한 브릭스가 FOMC 이후 평균 23% 하락, 최대 낙폭에 근접한 만큼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그리고 코스피시장이 이들 증시만큼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류용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정은 경기에 대한 기대가 깨진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1분기 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은 통상 2분기 가량 지속되고 여기에 국내외 경기 둔화와 맞물려 있어 연중 저점 지지를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