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계가 '뉴딜'에 냉소하는 이유

[기자수첩]재계가 '뉴딜'에 냉소하는 이유

이승호 기자
2006.08.04 09:19

"경제를 살리려면 조건없이 해야지 왜 단서를 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믿을 수 없어요."

지난 2일 열린우리당과 한국무역협회가 마련한 정책간담회에 참관했던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 뿐 아니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계안, 남궁석, 오혜진 의원 등 경제통이 모두 참석했다.

김 의장은 "오늘 당 지도부 전체가 함께 방문한 것은 경제 활성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재계도 이 뜻에 동참해 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재계에 경영권 안정과 기업 활동 규제를 완화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 대신 재계는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뉴딜'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겉으로는 '환영'이지만 속으로는 심드렁할 뿐이다.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이 같은 재계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한미FTA와 관련해 당론이 정해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에서 기초적인 조사는 해 봤다"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총제 대신 순환출자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 중 어느쪽의 입장에 발을 맞춰야 할지 재계는 고민에 빠졌다.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는 푸념이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을 위한 무대에 재계가 또 '엑스트라'로 출연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왜 재계가 '뉴딜'에 이렇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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