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 좁혔지만 고용승계 걸림돌..독자생존-재매각 모두 불투명
지난달 27일 입찰 마감 이후 보름동안 물밑 작업을 벌이던삼보컴퓨터매각협상이 지난 13일 공식 결렬됐다. 이번 매각작업은 삼보측 기대와 달리 매각 입찰에 하드디스크 부품업체 에이치앤티(H&T) 한곳만 참여하면서 일찌감치 난항을 예고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중국의 레노버 등이 불참하면서 최대한 몸값을 높이려던 삼보측의 계획이 처음부터 틀어졌기 때문이다.
매각 주간사가 산정한 삼보컴퓨터의 적정가격은 2500억원선으로 단독 입찰한 H&T를 비롯한 레노버 등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이 예상한 가격과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노버 등이 입찰에 불참한 이유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인수 가격때문이라는 후문이다.
◆ 매각가격 1700억 의견 접근..그러나
보통 입찰을 마감한 직후 입찰결과를 발표하는 인수합병(M&A) 과정과 달리 이번 협상은 보름 넘게 비밀협상을 지속했다. 단독 응찰한 H&T와 삼보측의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한때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던 인수가격에 대해 양측은 1700억원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매각이 무산될 경우, 추가 가격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삼보측도 2500억원을 계속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H&T측도 5월말 삼보의 매각공고가 난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인수에 뛰어든 만큼 추가 부담을 감수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가격에 대한 의견접근으로 매각협상 진전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상황은 삼보측이 요구한 고용보장 문제에 봉착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고용보장, 매출채권, 자산 과다계상 문제 불거져
삼보측은 직원들의 3년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H&T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H&T측은 실제 구조조정 여부를 떠나 적자기업을 인수해 경영하는데 처음부터 고용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는 게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에버라텍 등 삼보의 국내외 계열사들에 대한 매출채권도 발목을 잡았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H&T측은 30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 매출채권의 회수 여부가 불분명하니 정밀 실사 후 부실채권으로 판명되면 이를 인수가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삼보측은 이같은 H&T측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삼보측이 회사 자산을 부풀려 매각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H&T에 의해 강력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보측의 장부를 보면 공장 건축비를 평당 300만원으로 계산했는데 어떻게 공장건축비가 아파트 건축비와 맞먹는 금액이 나오느냐는 말들이 협상과정에서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독자생존, 재매각..불투명한 앞날
고용보장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의견접근을 봤던 인수가격 문제도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삼보측은 독자생존을 모색하되 우량회사가 인수에 나선다면 2차 매각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독자생존과 2차 매각 모두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독자생존의 경우, 부진한 영업실적과 맞물려 갚아야 할 정리채무가 부담이다. 올해 삼보컴퓨터가 갚아야 할 정리채무는 245억원. 내년에는 501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상반기 207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삼보컴퓨터가 이 같은 자금을 마련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2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삼보컴퓨터는 올들어 영업손실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삼보컴퓨터는 2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감소했지만 매출액도 큰 폭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100억원대의 매출이 올 상반기 2400억원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2차 매각작업도 난항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H&T와의 협상으로 삼보측의 약점들이 상당부분 공개되면서 매각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H&T와 잠정합의됐던 1700억원 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당초 자신들이 산정한 가격보다 1000억원 이상 적게 받으면서까지 매각에 동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