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Z4 "원초적 본능을 느끼다"

[시승기]BMW Z4 "원초적 본능을 느끼다"

김용관 기자
2006.12.08 14:51

[Car Life]BMW 뉴 Z4 쿠페 3.0si

BMW Z4를 이야기할 때 크리스 뱅글을 빼놓을 수 없다. BMW의 디자이너 총괄 책임자인 뱅글은 매번 격심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뱅글의 디자인을 두고 누군가는 진정한 디자인 혁명이라고, 누군가는 BMW 전통의 파괴라 주장한다.

그래서 뱅글은 50%의 팬과 50%의 안티팬을 동시에 지녔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의 디자인에는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신선함'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Z4는 크리스 뱅글의 실험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 Z4 쿠페를 이번에 시승했다. 200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첫선을 보인 후 올해 양산을 시작한 '뉴 Z4 쿠페 3.0si'. 앞 부분은 길고 운전석은 한참 뒤로 물러나 있는 전형적인 2인승 스포츠카다. 섹시한 8등신 미인을 보는 듯하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Z 라인'을 볼 수 있었다. 앞쪽 펜더와 도어 사이에 있는 BMW 엠블럼을 교묘히 통과하는 사선을 더해 멋진 영어 알파벳 'Z'를 완성하고 있다. A필러를 연장시킨 선에 불과한 단순한 엣지 하나로 이런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게 놀랍다.

문을 열고 실내에 앉았다. 약간 뒤로 눕는 듯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차체가 땅에 붙을 정도로 낮아 좌석을 약간 위로 조정한 이후에야 전방 시야가 확보됐다. 베이지색 가죽으로 만든 스포츠 버킷 시트가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시트가 뒤쪽으로 누워서 그런지 허리 위쪽으로 좌석에 밀착하는 느낌이 다소 떨어졌다.

온보드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시동을 걸면 숨겨져 있던 디스플레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트립 컴퓨터 기능과 오디오, TV를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실내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수납 공간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 달리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쓸데없는 기능들은 다 제거한 듯하다.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었다. BMW의 장기인 직렬 6기통 '실키 식스'가 나지막하게 울리며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Z4 쿠페에 탑재된 2996cc 직렬 6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65마력(6600rpm), 최대토크 32.1kg·m(2500~4000rpm)을 내뿜는다.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4년 9월부터 양산된 최신 직렬 6기통 엔진이다.

변속기는 자동 6단 스텝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됐다. 수동으로 기어변속을 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에 시프트 패들이 장착돼 있어 스포츠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어 변속은 빠르고 부드럽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는 자동으로 엔진 브레이크가 걸려 가속감을 충분히 맞볼수 있다.

Z4는 일단 스릴있는 엔진 사운드와 엔진 파워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BMW를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 한 곳 헛도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스티어링 휠은 물론이고 엔진, 브레이크 등 모든게 꽉 찬 느낌이다.

Z4 역시 마찬가지. 전영역에서 뿜어내는 토크 덕분에 응답성이 무척 좋다. 앞뒤 간격이 거의 없어 보이는 틈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도 이처럼 즉각적으로 뿜어나오는 힘 때문.

오른 발에 힘을 가하면 고음의 다소 거친 엔진 사운드가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느낌이다. 정지상태에서 6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어느새 앞에 있던 차들이 리어 미러에서 점으로 변했다. 하지만 국내 도로 사정상 이 같은 속도감을 느껴볼 만한 곳은 많지 않다.

특히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의 느낌은 일품이다. 유격이 최대한 억제돼 순식간에 방향을 조절해 준다. 핸들링에 대한 자신감과 조화를 이룬 하체는 틈만 나면 머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가속감을 즐기게 해준다.

좁고 굴곡이 코너길에선 가속감을 중심으로 핸들링과 하체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 고속에서도 지면을 움켜쥐듯 달리는 끈끈한 코너링 감각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 운전의 스트레스도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딱딱한 승차감 때문에 장시간 운전은 부담스러울 듯했다.

차체 무게 1395kg의 후륜 구동 시스템, 앞뒤 차축 50대 50의 무게배분, 무거운 부품을 최대한 차체 중앙으로 끌어들이는 설계, 앞쪽에 폭 225mm 17인치(편평비 45), 뒤쪽에 폭 255mm 17인치(편평비 45)의 거대한 타이어를 단 덕분에 Z4는 무척 경쾌한 운전감각을 제공한다.

사실 이런 류의 차는 무조건 최고속도로 달리는 것보다 각 속도 영역에서 운전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일체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카의 즐거움은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 보다 얼마나 즐겁게 달렸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달리기 성능이 뛰어난 만큼 안전 장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구동바퀴가 미끌어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주행안전제어장치(DSC)와 버튼 하나로 구동력을 향상시켜주는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DTC) 등이 추가됐다.

야간 주행 때 최적의 시야를 제공하는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타이거가 펑크나도 시속 80km의 속도로 150km까지 달릴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 등도 기본 사양이다. 판매가격은 72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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