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회사·주주이익과 자사주

[법과시장] 회사·주주이익과 자사주

김상곤 변호사
2007.01.08 12:05

로펌에서 일하면서 기업 관련 고객들을 만나다보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반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고, 회사가 잘 되어야 주주도 잘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반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반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회사에서는 내부에 유보된 이익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는 반면 주주들은 유보 이익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를 가정해서 보자.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해 상장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이 7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증시는 원래 상장 기업들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자사주 매입 제도로 인하여 거꾸로 상장 기업들이 증시에 거액을 쏟아 붇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기업들의 추가 투자 여력은 소진되었을 것이다.

최근 칼 아이칸이나 소위 장하성펀드의 예를 보자. 이들은 과거 적대적 인수세력과 달리 공격 대상 기업의 주식을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면서 동시에 무시하기도 어려운 정도로만 매집을 하고 주주가치의 제고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을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세력들을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주요 주주가치 제고 방법 중의 하나가 회사에 유보된 이익을 위험이 있는 장기 투자가 아닌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러한 요구는 전형적으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반될 수도 있는 상태를 만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들이 단지 주주들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어야 하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상장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보면 유통 주식수를 줄여서 주당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매입한 후 소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증시에서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매입 시점에 주가를 부양하는 한편 매입한 자사주를 적정 시점에 매각하기 위해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장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를 다시 증시에서 매각하면 해당 기업 주가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상장 기업들은 대개 매입한 자사주를 장기 보유하고 있거나 매각을 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에 파생상품 거래 등을 통해 장외에서 매각을 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드물게 경영권 안정을 위해 특정 주주나 기존 지배주주를 지지하는 제3자, 소위 '백기사'에 자사주를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사주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적대적 인수세력이 등장하면 자사주를 기존 지배주주나 백기사에게 양도하고 의결권을 부활시킴으로써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상장 기업들은 자사주 보유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경영권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 초 법원은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사건에 있어서 경영권 분쟁시 기존 지배주주에게 자사주를 양도한 사안에 대하여 기존 주주들에게 자사주 매수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지 않아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으므로 자사주 매각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매입을 비상장 법인에도 허용하는 한편 자사주 매각시에는 신주 발행 절차를 준용하게 함으로써 자사주를 특정 주주 또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주를 백기사 또는 지배주주에게 매각함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진다. 이러한 자사주 처분 제한이 상장법인에 적용될 것인가 하는 점은 논란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도 없고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원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이 채택된다면 자사주제도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투자여력이 희생되는 블랙홀이 되는 한편 경영권 안정에는 거의 기여하는 바가 없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자사주제도의 공과와 상법 개정안의 의미에 대하여 모두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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