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펀드 요구는 제안아닌 협박"

"張펀드 요구는 제안아닌 협박"

배성민 기자
2007.02.05 07:39

벽산 등 대상기업 불만 고조…"지배구조개선 취지 안맞아" 지적

지배구조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장하성펀드와 기업들간의 충돌이 정당한 주주제안의 수준을 넘어선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펀드의 요구가 '제안이 아닌 협박'이라고 토로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기업 소유구조 개선이라는 취지도 퇴색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하성펀드의 투자기업들이 산발적으로 토로하던 '요구조건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5일 지분공시가 예정된 벽산건설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또 장하성펀드가 국내 투자전문회사의 역할을 깎아내리면서 자존심 대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벽산건설 내부거래 신빙성은..'제안 아닌 협박' 불만도

장하성펀드와 벽산건설이 처음 접촉한 것은 지난해 8월. 지분 매입을 예고한 장하성펀드는 지난달 말 요구조건(이사회 구조 개선, 감사구조 개선)을 내걸고 이달 5일까지 수용 여부에 대해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5일 중 지분 공시를 할 예정인 만큼 향후 회사의 협조 여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경과 확인을 위해 지난 3일 연락한 장하성펀드는 또다른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벽산건설과 대주주(인희)간 내부거래가 있었던 만큼 대주주 지분(52%) 중 500만주 가량을 무상소각해야 한다는 것. 4일 주가(8380원)를 기준으로 할 때 400억원을 넘는 돈이다. 하지만 내부거래 이익을 실제로 증명해 보이지는 않았다고 벽산건설은 설명했다.

1010억원의 매출액에 161억원의 순익(2005년 기준)을 올린 인희에게 싯가 400억원 이상의 벽산건설 주식을 소각하라는 요구는 회사 문을 닫으라는 정도의 충격 수준이다. 또 내부거래로 인한 인희의 이득은 벽산건설의 비용 절감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벽산건설을 장하성펀드가 투자기업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고 매각설에 시달리는 등 외풍이 심해 저평가나 지배구조개선 명분보다는 요구조건 관철에 유리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토종 투자사와 충돌 가능성..펀드 투자기준 모호

장하성펀드는 또 벽산건설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장하성펀드의 주장대로라면 KTB네트워크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경영 감시를 제대로 못해 부당 내부거래가 용이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004년 29%의 벽산건설 지분으로 이사 3명을 추천한 KTB네트워크(현재 9.1% 지분 보유)는 즉각 반발했다.

KTB네트워크는 '주주로서 사외이사 선임권을 행사했고 이들은 임무에 소홀하지 않았다'며 장하성펀드에 공식 항의해 비슷한 성격을 가진 토종 회사와 역외펀드의 정면충돌도 예고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재무적 투자자로 회사 가치를 개선한 뒤 재매각하는 투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하성펀드의 투자기업 선정과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장하성펀드는 4%대 후반의 지분을 우선확보한 뒤 해당사와 접촉해 추가 지분 취득과 기업명 공개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기업으로 알려진 A사 관계자는 "장하성펀드가 회사의 약점을 잡았다는 식으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요구조건 수용은 회사의 약점 인정으로 오인될 수 있어 고심 중"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투자 대상 회사 선정의 일관성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장하성펀드는 당초 기업지배구조 개선 명분을 내세웠지만 태광그룹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기준에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각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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