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이 삼성이고 삼성이 이건희 회장 아닌가요?"
이건희 회장이 사설 수목원을 짓기로 한 경상북도 영덕군 관계자의 말이다. 그가 이런 푸념 섞인 발언을 한 배경은 이렇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 게다가 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관내 칠보산에 수목원을 짓겠다는 소식에 영덕군은 매우 고무돼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삼성 수목원'이라며 군 홍보에 활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삼성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칠보산 수목원은 이 회장 개인 명의이며 삼성그룹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삼성 수목원'이라고 홍보하지 말라는 것. '삼성 수목원'이 아니라 '이건희 수목원'이라는 얘기다. 영덕군이 수목원 착공을 빨리 해달라고 삼성그룹에 요청했을 때도, 부군수가 직접 삼성을 방문했을 때도 삼성은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삼성을 이제 막 출입하게 된 기자도 영덕군 관계자의 '삼성=이건희'라는 주장(?)에 별 생각없이 '그렇죠'라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삼성의 반응처럼 이 등식은 '공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삼성은 이회장 개인회사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건희라는 '개인'과 삼성이라는 '법인'은 엄연히 다를 뿐더러 이건희 회장의 공식 직책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개인 이건희와 삼성을 동일시한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같은 어마어마한 회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투자금액 70억원에 불과한 수목원 하나 짓는 것이지만 경상북도와 영덕군이 이건희 수목원에 진입로 건설, 각종 인허가 신속 처리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결국 '삼성=이건희'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이회장을 삼성그룹 회장으로 보지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여기지 않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이건희 회장을 둘러싼 시각차는 이회장의 공식 직함과 실제 역할 사이에서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삼성=이건희'는 비논리적이지만 실재하는 등식이다. 삼성측의 해명과 무관하게 영덕군이 이건희 수목원 건립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