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5~6년후 위기론' 왜 나왔나

이건희 회장 '5~6년후 위기론' 왜 나왔나

김진형 기자
2007.03.09 20:03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미래 낙관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다렸다는듯이 "심각하지요"라고 답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일관하던 그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다", "정신차려야 한다", "5~6년 뒤 혼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계속했다. 그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이처럼 '위기론'을 강조한 이유는 현재 우리 경제의 주력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재패하고 있다는 업종들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국내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5~6년 뒤에도 과연 그럴까'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들 업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 수익원인 메모리반도체와 LCD는 가격하락으로 매출액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2004년 57조6000억원, 12조200억원을 기록한 후 2005년에는 57조5000억원, 8조600억원으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도 매출은 59조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조93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생활가전 사업은 이 회장이 밝힌 것처럼 개도국에 넘겨야 할 사업이 될 정도로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좁혀졌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세계 1위 등극 기대감까지 있었지만 3위 자리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출하대수는 전분기대비 16%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2005년 12.6%에서 지난해 11.6%로 낮아졌고 LG전자의 점유율 역시 6.7%에서 6.3%로 떨어졌다(세계적 IT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조사결과). 게다가 올해도 경쟁사들에 비해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도 잦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다.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이 회장이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강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가 지난 1월 밝힌 '샌드위치론'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당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우리 경제의 위기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세계 각국은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는 와중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며 "일본은 활력을 되찾고 중국은 뒤를 바짝 쫓아 오고 있지만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며 산업경쟁력마다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들에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은 거세지만 계속해서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아이템 발굴이나 세계 1위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는 동력은 약하다는 것.

이 회장이 새로운 화두로 던진 '창조경영'은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의 도전에 성공한다면 정상의 새 주인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게 그가 제시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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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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