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을 자제하는 대신 맛있고 즐거운 저녁식사 자리를 추구하는 음주 문화가 서서히 퍼지는 것 같다. 이런 징후는 와인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2만5023㎘이던 국내 와인 소비량은 지난해 8.6% 증가한 2만7186㎘로 집계됐다. 4년전인 2002년 1만7402㎘에 비하면 1.5배나 증가한 규모다.
한 위스키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 이른바 '텐프로'의 매출 중 10%는 와인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와인이 술 시장의 대세라고 볼 순 없다. 여전히 대다수의 애주가들은 소주와 맥주, 위스키를 선호한다. 좀 더 넓게 보면 와인의 한 종류인 복분자주도 여기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높은 도수의 술, 폭탄주로 대표되는 고도의 혼합주 문화가 조금씩 영역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백세주와 소주를 섞은 일명 오십세주가 술집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건 술 문화의 대세를 반영한 사례다. 보다 덜 자극적인 술, 도수가 낮은 술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전제로 놓고 봤을 때 오비맥주의 6.9도짜리 카스 레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제품이다. 맥주업계의 이단이다. 약해져야 할 술판에서 오히려 독한 맥주라니. 무슨 속셈인가.
"속았다. 마실 땐 몰랐는데 두 병정도 비우고나니 폭탄주 저리가라더라. 이 맥주의 정체가 뭐냐" 카스 레드를 마셔봤다는 지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산술적 계산으로 500㎖ 용량의 카스레드 2병을 마시면 4.5도짜리 맥주 3병보다 알코올 흡수량이 약간 많다. 알코올 69㎖를 마신 셈이니, 20도짜리 소주 한 병의 알코올 함량 72㎖를 마신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폭탄주(1잔의 알코올 함량 11㎖) 6잔정도를 마신 효과다. 폭탄주 효과를 운운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고도주와 저도주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시도했다. 모험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출시한 지 정확히 2개월째인 이달 15일까지 2240만병이 팔렸다. 인기 맥주 브랜드인 카스맥주가 94년 8월, 출시 37일만에 2000만병이 팔렸던 것과 비교해보면 카스 레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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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취하지도 않고 배만 부른다는 '거만한' 애주가들에게 보기 좋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성공적인 안착을 시도 중이다.
오비맥주는 당초 독한 맥주를 원하는 소수를 위해 이 술을 내놓았다지만 판매량은 일반 맥주들과 비슷하다.
순한 술과 독한 술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게 카스 레드의 인기 비결로 보인다. 마시는 데 별 부담이 없으면서도 '술발'을 제대로 받는, '속은 기분'을 즐기는 애주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도화 추세가 독한 맥주를 띄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