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M&A촌극'..왜 일어났나

SKT 'M&A촌극'..왜 일어났나

윤미경 기자
2007.07.02 13:34

'설익은' 에이디칩스 인수발표…소액주주만 피해

SK텔레콤(75,400원 ▲1,700 +2.31%)이 코스닥기업에이디칩스(15원 ▼79 -84.04%)인수건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기업의 대외 신인도에 큰 흠집을 남기고 말았다.

수없이 많은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경험해왔던 SK텔레콤이 이사회 장벽에 가로막혀 인수를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고, 이사회 역시 SK텔레콤이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을 부결시킨 사례도 처음있는 일이라 충격은 적지않다.

특히 SK텔레콤은 최근 SK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증손자회사를 대대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증손자회사인 엠파스를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스 울타리로 묶고, IHQ 자회사로 있던 엔트리브소프트도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시켜 증손자회사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불거져나온 에이디칩스 인수건은 SK텔레콤 이사회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인수'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에이디칩스라는 회사는 SK텔레콤과 업무연관성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이라고 해도 신용도 평가가 미진했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에이디칩스 인수를 추진했던 SK텔레콤 실무진도 놓친 투자리스크를 이사회에서 지적했다는 점에서 기업 이사회가 갖는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안건으로 상정하면 무조건 통과된다'는 기업 내부의 안이한 인식이 이번 사건을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SKT 이사회 호락호락하지 않네

통상 SK텔레콤은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발표해왔다. 그런데 이번 에이디칩스 인수건 발표는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전격 발표됐다. 그 이유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에이디칩스에서 먼저 공정공시를 하는 바람에 조회공시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공정공시 내용에도 6월 29일 이사회 의결을 전제로 한 인수라고 명시했다"는 입장이다.

'조건부 인수계약'이었기 때문에 SK텔레콤 입장에선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에이디칩스가 SK텔레콤에 피인수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이사회에서 기업인수를 부결시킨 전례가 없었다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SK텔레콤의 인수발표는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이 빚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이사회를 '요식적인 절차'로밖에 이해하지 못한 SK텔레콤 실무진의 잘못이 크다고 하겠다. 매출 10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고작 200억원 안팎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마치 수퍼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가볍게 치부했을 수도 있고, 신규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걸린 실무진들이 업무연관성이나 사업적 시너지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어이없는 '촌극'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SK텔레콤 이사회는 바로 실무진의 이같은 실수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업무연관성이 명료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통신서비스업체가 반도체칩 제조사를 인수해서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가 불분명했는데, 실무진들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피인수회사인 에이디칩스라는 회사의 실체와 신용도 평가 자료도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익은 인수발표, 소액투자자만 피해

지난 6월 29일 열린 SK텔레콤 이사회의 노선은 분명했다. 업무 연관성도 없는 기업을 마구잡이식으로 인수하려는 관행에 강력히 제동을 거는 한편,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사업에 투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고작 200억원 규모의 에이디칩스 인수는 부결시키면서, SK텔레콤의 미국법인 힐리오에는 무려 1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승인해줬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표방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 확대는 동의하지만 부분별한 '신규투자'는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SK텔레콤이 간과했던 '돌다리를 두드려라'는 속담을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상기시킨 셈이다.

에이디칩스 인수발표 당시 모두가 의아해하는데 SK텔레콤은 "SK텔레콤이 보유한 기술개발(R&D)역량과 자산을 에이디칩스가 보유한 칩 설계역량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져 앞으로 SK텔레콤이 기획하고 있는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의 출시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디칩스가 핵심기술을 국산화할 정도로 역량이 높은 회사였는지 의문"이라며 "칩제조보다 반도체 유통을 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은 반도체업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의아해했다.

이처럼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이 모두 의아해하는 기업을 인수하려했던 SK텔레콤. 이사회 결정을 '요식행위'로 치부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SK텔레콤과 에이디칩스는 모두 '설익은' 인수발표로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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