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사채시장의 비극] ①김빠진 하이일드펀드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고수익ㆍ고위험 투자신탁(이하 하이일드펀드)가 3일 수탁액 6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 19일 출시 이후 3개월 보름만에 거둔 실적이다.
금리가 상승하며 대부분의 채권형 펀드에서는 돈이 줄줄 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하이일드 펀드는 가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계나 채권시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최근들어 증가세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기등급 채권시장을 육성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하이일드 펀드가 이미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 놀라웠던 초반 돌풍..하루평균 80억원 이상 몰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일드 펀드 수탁고는 3일 현재 6009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출시후 영업일수 기준으로 74일만으로 하루 평균 80억원 이상이 몰렸다. 하이일드펀드를 내놓은 운용사는 11개, 총 펀드수는 22개로 펀드당 수탁액은 273억원 정도다.
하이일드펀드의 초반 돌풍은 놀라웠다. 출시하자 마자 하루에 1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하이일드 펀드에 몰려 불과 한달만에 3000억원 이상을 끌어 모았고, 두달여만에 5000억원 고지에 올라섰다.
운용자산의 10%만 투기등급 채권(신용등급 BB+이하)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15.4%가 아닌 6.4%(주민세와 농특세 포함)의 저율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져, 종합과세를 피하고 싶어하는 거액 자산가들을 유혹했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들인 곳은 하이일드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동양투신으로 3일 현재 2112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3월20일 출시한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채권2Y-1` 펀드는 2038억원에 달한다.
그 뒤에서 큰 격차를 두고 우리CS자산운용과 대한투신운용이 각각 1285억원과 1284억원으로 쫒고 있다.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우리CS가 주춤하는 사이 대한투신운용이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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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벌써 끝물.."한계 뻔하게 보였다"
그러나 하이일드펀드의 돌풍은 이미 끝물이다. 최근들어 자금유입은 뚜렷하게 줄었고 일부 펀드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초반 적극적으로 판매를 독려하고 나섰던 증권사들의 분위기도 몰라보게 시들해졌다.

3~4월만해도 잔고가 하루에 1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건 보통이었다. 그러나 일평균 증가액은 4월 120억원에서 6월들어 66억원으로 반토막이 됐고 6월에는 다시 절반수준인 35억원대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2일 20억원, 3일 19억원이 고작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그 규모가 너무 영세한 수준. 1000억원 이상 펀드는 단 2개 뿐이고 22개 펀드중 절반이 넘는 12개 펀드가 설정액 100억원을 밑돈다. 10%만 투기채를 편입한다고 해도 분산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편입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라도 낼 경우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올해안 1조원 수탁고를 달성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구호만 남은 상황이다. 주가상승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를 독려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하이일드펀드에 세제혜택이 주어진다고 해도 얼마 안되는 수익률이라 투자자들이 만족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점별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의욕적으로 했는데 요즘은 고객들에게 권하기도 쑥스럽다"고 말했다.
출시 시점부터 이미 한계가 정해져 있기도 했다. 아무리 세제혜택이라는 당근을 준다고 해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조단위의 대형 펀드 탄생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고, 투기등급 채권을 고작 10%만 편입해도 돼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없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아무리 개인 고객의 관심이 높아도 채권상품은 어쩔 수 없는 기관형 상품"이라며 "분리과세 혜택에 의존한 개인용 상품으로는 충분한 규모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펀드신용평가를 도입하고 BBB+등급 이하 채권에는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의 투자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