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차입 대책, 손비축소外 더있나?

외화차입 대책, 손비축소外 더있나?

이상배 기자
2007.07.11 14:02

외환당국이 있는 정부 과천청사. 최근 외환라인 당국자들의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외환시장 개입을 담당하는 부서 뿐 아니라 제도를 맡는 쪽도 그랬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공부할 게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외국계은행(외은) 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 대비 6배에서 3배로 낮추는 방안이 시장에 흘러나왔다.

이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경제 5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단기 외화차입 급증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오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정례브리핑은 부총리가 직접 할 예정이다.

부총리가 직접 챙기고 발표까지 하는 사안의 핵심이 흘러나가는 것은 관료 사회에서 '천기누설'로 통한다. 하지만 손비인정 한도 축소 방안이 흘러나왔는데도, 유출자를 색출하고 문책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대책의 핵심이 사전에 유출될 경우 대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화차입의 손비인정 한도 축소에 대해 당국은 제도 정비 차원일 뿐이라며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당국 스스로도 외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외은지점들의 총자본금은 3조7000억원으로, 지금까지 그 6배인 약 22조원의 외화차입에 대해 손비인정이 적용됐다. 만약 손비인정 한도가 총자본금의 3배로 축소되면 11조원에 대한 세금 부과가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외은지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그만큼 외화차입 대신 현물환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외은지점들이 이미 자본금의 6배를 넘어서는 외화차입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서 그렇다.

결국 12일 발표될 '외화차입 억제 대책'에는 손비인정 한도 축소 이외의 대책이 담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 외환딜러는 "만약 권 부총리가 직접 예고하고 발표까지 하는 외환 대책이 단순한 제도 정비 차원이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면 그야말로 '쇼'를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외화차입에 대해 일정비율을 한국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가변예치의무제' 등의 초강수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충분히 자유화된 나라에서 초강력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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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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