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요인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 간접적 억제효과 노려
정부가 외국계은행(외은) 지점들의 단기 외화차입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외은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직접 규제 대상은 외은지점이지만, 타깃은 따로 있다.
바로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다. 여기에 외화차입을 대신할 현물환 매수에 대한 기대도 함께 깔려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경제 5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단기 외화차입 급증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오는 12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그동안 환율에 대해 수급대책으로 많이 해왔는데,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조달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보다는 외화차입을 억제토록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외은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외화 차입금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 대비 6배에서 3배로 낮추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외은 지점들이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줄면서 그만큼 세부담이 늘게 돼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이 위축될 수 있다.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단기차입을 상환하는 외은지점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대규모 해외수주 실적을 올리는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외은지점들은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주문을 받아 선물환을 매수하면서 포지션 관리를 위해 현물환을 매도했다.
이 경우 외은지점들은 대개 스왑 거래에서 '현물환 매수-선물환 매도' 포지션을 통해 위험을 헤지했는데, 최근에는 현물환을 매수하는 대신 해외 본점에서 차입금을 끌어왔다. 본점을 통한 차입의 낮은 조달비용 덕을 봐온 셈이다.
문제는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에 비해 외은지점의 현물환 순매수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이 억제될 경우 외은지점들은 그만큼의 현물환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외은지점들이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받아줄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어느 쪽이든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거나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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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가진 수단에는 개입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 기능을 존중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외화차입 억제 방안의 실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