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정몽구·몽준 형제가 담판하라"

"환율, 정몽구·몽준 형제가 담판하라"

이상배 기자, 김은령
2007.07.09 16:25

조선업 선물환 매도에 당국 난색…"조달비용 규제가 현실적"

"원/달러 환율 떨어지는 문제? 해결책은 따로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회장 두 형제가 만나서 담판 지으면 된다"

전 외환당국 고위관계자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다. 현대자동차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최대 피해자라면, 최대 '가해자'(?)는 현대중공업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그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해외수주를 받을 때마다 대규모 선물환 매도를 쏟아내는데 환율이 안 떨어질 수 있느냐"고 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민간기업인 조선업체들에게 직접 '이래라, 저래라'하기도 눈치보이는 노릇. 그러니 환율 하락으로 피해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회장을 찾아가 형제끼리 직접 해결하라는 얘기다.

과장이 섞인 얘기이지만, 조선업체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대한 당국의 말 못할 '반감'이 묻어내는 대목이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단기 외화차입 규제 방안도 따져보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경제 5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단기 외화차입 급증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오는 12일 발표하겠다"며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조달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외화차입을 억제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외은) 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를 줄이는게 골자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외은 지점들이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줄고 그만큼 세부담이 늘게 돼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이 위축될 수 있다. 세부담을 피하려고 단기차입을 일부 상환하는 외은지점도 있을 수 있다.

언뜻 보기엔 외은지점을 타깃으로 삼은 것 같지만, 진짜 표적은 따로 있다. 바로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다.

외은지점에 대한 외화차입 억제는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외은지점들은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주문을 받아 선물환을 매수하면서 포지션 관리를 위해 현물환을 매도했다.

이 경우 외은지점들은 대개 스왑 거래에서 '현물환 매수-선물환 매도' 포지션을 통해 위험을 헤지했는데, 최근에는 현물환을 매수하는 대신 해외 본점에서 차입금을 끌어왔다. 본점을 통한 차입의 낮은 조달비용 덕을 봐온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외은지점의 현물환 매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이 억제될 경우 외은지점들은 그만큼의 현물환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외은지점들이 대형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받아줄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기회를 간접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어느 쪽이든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거나 하락을 막는 요인이 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선물환 매도를 직접 규제하는 등의 초강수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선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조달 비용을 높이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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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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