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PB들의 고민

[기자수첩]은행PB들의 고민

임동욱 기자
2007.07.18 10:31

"요새 고객에게 권할 상품이 없어 고민이네요. 고객들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아 웬만한 상품을 권유했다가는 오히려 혼나기 쉬워요"

최근 만난 시중은행의 최고VIP고객만을 전담하는 PB책임자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그는 요새 고민이 많다. 주식시장이 2000포인트를 향해 질주하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온통 증시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가며 안정된 자산관리에 주력해 온 은행 PB의 입장에서 고객에게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를 권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대세를 안 따르자니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 그래서 그도 요새는 증권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얼마전까지 은행 PB센터들은 일정등급 이상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과 내부 특별금리를 포함한 고금리의 예금상품들을 PB고객들에게 권해왔다. 이후 지속되는 저금리로 인해 특정금전신탁 및 특별예금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은행 PB들은 해외펀드 및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펀드의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펀드에 가입하게 되자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한 PB는 "일부 고객에게 최근 출시된 펀드상품 가입을 권하자 '너무 일 안하는게 아니냐'고 핀잔을 받았다"며 "상위고객들은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고 대중화된 상품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PB는 "지금까지 고객에게 제시해 온 수익률은 1년 정기예금 금리 대비 얼마나 올랐다는 방식이었지만 요새 그렇게 하면 큰 고객을 놓칠 수 있다"며 "최근 만기가 돌아온 고객의 투자금을 자산운용사에 맡겨 주식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때문에 은행들의 역할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대세를 따라 펀드를 주력으로 팔고, 주식투자도 권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 홍수에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신뢰'다. 변화와 유행속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치다. 은행은 고객들이 믿는 마지막 '리스크 관리자'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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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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