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콜금리 목표제의 포로였다

한은, 콜금리 목표제의 포로였다

강종구 기자
2007.07.20 16:27

(통화정책 새틀짜기)① 은행 지준만 관리..속수무책 통화공급에서 `탈출`

1999년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한은이 공급하는 본원통화 수준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해 5월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콜금리는 현수준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표현을 넣었다. 통화량 타깃팅 통화정책이 끝나고 콜금리목표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콜금리목표제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 콜시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은행간 지준시장이 아니라 자산운용사, 증권사, 여신전문기관 등 비은행 금융기관은 물론 비금융기관까지 모두 들어와 있는 `잡탕`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 `잡탕` 콜시장..콜금리목표제의 태생적 한계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은 은행의 지준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지준공급에 비해 은행의 지준수요가 넘치면 본원통화를 RP공급해 주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본원통화를 흡수한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내 콜시장도 은행만의 지준시장이라면 한은이 지준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콜금리목표제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콜시장 참가기관은 무려 98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은행 등 지준 의무가 있는 예금취급기관 외에 은행신탁, 자산운용사, 투자회사, 보험사, 여신전문금융기관, 창투사, 선물사, 공공자금관리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증권금융, 외국환평형기금, 공적자금상환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총망라돼 있다. 실제로 거래에 참가하는 기관만도 370여개에 달하고 이중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은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다.

기관 수뿐 아니라 거래에서도 콜시장의 중심은 은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산운용사가 대부분의 콜론을 공급하고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증권사 등이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콜머니를 이용한다.

◆ 콜금리목표제下 통화정책..과잉유동성에 속수무책

이같은 콜시장 기반에서 콜금리목표제 시행은 한국은행을 금융기관들의 포로로 만들었다. 은행 지준관리용이어야 할 본원통화가 모든 금융기관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자금이 되고 말았다. 통화관리가 제대로 될리 없었다.

오히려 은행이 지준사정이 풍부할 때도 한은은 본원통화를 공급해야 했다. 지준이 남아 돌더라도 투신이 콜자금 공급을 줄이거나 외은지점이 영업자금 조달을 늘리면 콜금리가 올라가고 콜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한은이 자금을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원통화는 한은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났고 말았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콜금리를 인상하면서도 콜시장에서 자금수요가 넘치면 콜금리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속절없이 자금을 공급해야 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최근 한은이 공급하는 본원통화 증가율은 시중 유동성 증가율을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현행 콜금리목표제하에서는 시중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돈을 더 풀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은행 지준이 남아돌면 한은은 RP매각을 통해 잉여분을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외은지점이나 증권사가 콜시장에서 조달하는 영업자금 수요가 급증해 콜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한은은 RP매각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지난 4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가 외은지점의 단기 외화차입 단속에 나서자 외은지점들은 긴급자금 조달을 위해 콜시장에 몰렸다. 은행 지준사정은 그다지 부족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콜금리는 목표수준인 4.5%를 훌쩍 넘어 5.2%까지 폭등했다.

그러자 금융시장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콜금리가 불안하니 한은이 돈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같으면 분명히 자금공급에 나섰을 한은이지만 이때는 끝까지 버텼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외은지점 등의 영업자금을 고스란히 한은이 대주는 결과가 됐을 뻔했다.

◆한은, 통화관리 주도권 찾는다

RP금리목표제하에서 한은은 통화관리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는 콜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움직이도록 내버려두고 은행의 지준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시장에서 외은지점의 자금수요가 넘치거나 자산운용사의 자금공급이 줄어 콜금리가 상승하면 콜금리가 상승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다만 은행 지준이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만 RP매입을 통해 공급해 주면 된다.

또 은행의 지준이 남아도는데도 불구하고 콜시장에선 자금이 부족할 경우, 그동안에는 사실상 남는 지준을 흡수하기 어려웠다. RP매각에 나설 경우 콜금리는 더욱 상승할 게 뻔하기 때문. 그러나 이제는 콜금리가 오르더라도 남는 지준을 흡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금수요 증가로 유동성증가율이 급속 상승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유동성 증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병화 한국은행 정책기획국장은 "유동성 증가속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통화정책 수행방법을 RP금리 목표제로 바꾼 것은 아니다"며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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